러' 정교회, 테러 경계 속 성탄절 예배 거행(종합)

"국민 67% 교회 찾아"…테러 대비 탐지견 동원하기도

기독교의 한 종파인 동방 정교회의 성탄절인 7일 대표적 정교회 국가인 러시아에서 예년과 마찬가지로 성탄절 기념 예배가 성대하게 거행됐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크렘린궁에서 가까운 모스크바 시내 정교회 사원 '구세주 성당'에서는 6일 밤 11시(현지시간)부터 러시아 정교회 키릴 총주교가 집전하는 예배가 열렸다. 예배에는 정교회 신자 수천 명이 참석했다.


정교회는 올해 성탄절을 맞아 특별히 기독교에서 최고의 성물(聖物) 가운데 하나로 치는 '동방박사의 3가지 선물'을 그리스 아토스 산의 수도원에서 가져왔다. 동방박사의 선물은 동방에서 온 3명의 점성술사가 베들레헴에서 갓 태어난 아기 예수에게 경배를 드리며 바친 황금과 유향, 몰약 등 3가지 선물을 말한다. 이 성물이 러시아로 옮겨진 건 처음이다.

키릴 총주교는 성탄절 메시지에서 기독교의 가장 핵심적 가르침은 사랑이라고 강조하고 지난해 말 남부 도시 볼고그라드에서 이슬람 반군의 연쇄 테러로 희생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할 것을 주문했다.

구세주 성당 예배에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부인 스베틀라나 여사와 함께 참석했다. 정부 고위 인사 및 의원 등도 자리를 함께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다음 달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 남부 도시 소치의 올림픽 스타디움 인근에 새로 세워진 정교회를 찾아 예배를 올렸다.

경찰은 이날 테러에 대비해 주요 교회와 수도원 주변에서 경계 근무를 섰다. 경찰은 예배 시작 전 탐지견을 동원해 교회 안을 점검하기도 했다.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이슬람 반군의 테러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지 여론조사 전문기기관 '레바다 센터'에 따르면 전체 1억4천500만 인구의 67%가 정교회 성탄절을 지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러시아에선 개신교나 가톨릭의 크리스마스(12월 25일)보다 13일 늦은 1월 7일을 성탄절로 기념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되는, 16세기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제정한 '그레고리력'이 아니라 고대 로마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제정한 '율리우스력'에 따른 것이다.

러시아 정교회는 여전히 율리우스력으로 날짜를 헤아리기 때문에 율리우스력 12월 25일은 그레고리력으로는 13일 뒤인 1월 7일이 된다. 같은 동방 정교회 국가인 세르비아,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등도 율리우스력으로 성탄절을 기념한다.

한편 키릴 총주교는 7일(현지시간) 방영된 현지 TV 방송 '라시야'(Russia)와의 성탄절 기념 인터뷰에서 서방에서 두드러진 성탄절의 상업화 경향을 비판했다.

키릴 총주교는 "사람들이 자주 성탄절의 의미를 망각하고 시장과 소비의 논리 속으로 완전히 빠져버리면서 축일이 거대한 상업행사로 전락하고 만다"면서 "이는 아주 슬픈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방에서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에서도 이러한 상업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러한 경향이 축일의 의미를 파괴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방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크리스마스'(Xmas)란 용어에도 성탄절의 기독교적 가치를 제거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며 이 용어를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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