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어린이들 모친 성 따르는 것 허용해야"

유럽인권재판소 판결...伊정부 3개월 내 항소 가능

유럽인권재판소가 이탈리아 정부에 이탈리아 어린이들이 가부장적인 가족 제도에서 벗어나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판결했다.

알레산드라 쿠산과 루이기 파조라는 이름의 부부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 인권재판소에서 이탈리아 정부를 상대로 자신들의 딸이 어머니의 성인 `쿠산'을 따를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는 재판을 15년 가까이 벌여 끝내 뜻을 이루게 됐다고 이탈리아 언론들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 인권재판소는 이날 모든 가족이 부친의 성을 따르는 전통을 이유로 여성을 차별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들 부부의 딸이 모친의 성을 따르지 못하도록 한 이탈리아 법원의 결정은 부모의 성별 차이에 근거한 차별이라면서 이같이 판결했다.

쿠산과 파조 부부는 지난 1999년 자신들의 딸이 태어나자 모친의 성을 따 출생신고를 했지만 행정 당국이 이를 거부했다. 밀라노에 사는 이들 부부는 그후 수차례 탄원을 거듭했지만 뿌리깊은 사회적 인식과 이탈리아 역사에 근거한 원칙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계속 거부당했다.


더구나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도 지난 2006년 부친의 성을 따르는 제도는 로마시대 법에 근거한 것으로 가부장적 제도와 남편의 힘을 근거로 한 것이며 이러한 원칙은 시대에 뒤떨어지고 양성 평등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판결하면서도 의회만이 현재의 규칙을 바꿀 수 있다고 결정한 바 있다.

쿠산과 파조 부부는 결국 유럽 인권재판소에 이 문제를 호소하게 됐고, 유럽 인권재판소는 이날 이탈리아 사법제도가 과도하게 경직돼 있고 여성에 대해 차별적이라는 판결을 내리게 됐다.

이에 앞서 이탈리아 밀라노 시청은 이들 부부가 이탈리아 내무부에 진정서를 접수하자 `파조 쿠산'이라는 성을 쓸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유럽 인권재판소는 이 정도 조치로도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탈리아 정부는 이번 결정에 대해 3개월 이내에 항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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