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이냐 규제냐, 딜레마에 빠진 비트코인

가상화폐 비트코인 명암

비트코인(Bitcoin)이 뜨거운 감자다. 실제 결제 수단으로 이용되면서다. 어떤 이들은 비트코인을 '화폐 혁명'이라고 말한다. 기존 화폐를 대체할 장점들이 많아서다. 우려도 만만찮다. 악용의 가능성이 열려 있어서다. 문제는 비트코인을 규제하는 순간 장점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딜레마에 빠졌다.

# 2013년 4월 국내 최초로 비트코인거래소 '코빗(Korbit)'이 돛을 올렸다. 12월 3일 파리바게뜨 인천시청역점에서 국내 최초의 비트코인 결제가 이뤄져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선 좀 늦었지만 미국ㆍ캐나다ㆍ독일ㆍ영국 등에서는 비트코인 결제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010년 5월 피자구매에 비트코인이 처음 사용된 미국의 경우 비트코인 가맹점은 약 500곳에 달한다. 특히 소매점 5만여곳에서 쓸 수 있는 선불카드 구매에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고 있어 사실상 미국 전역에서 비트코인 거래가 통용되고 있다.

# 2013년 12월 1일 마약과 불법무기가 거래되는 인터넷 암거래 사이트가 해커의 공격을 받아 1억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비트코인의 익명성이 불법적인 물건 구매에 악용된다는 것과 비트코인이 해킹에 취약하다는 게 한꺼번에 드러났다. 비트코인의 가치가 치솟으면서 비트코인을 노린 각종 사이버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이 주목을 끌면서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매력적인 장점과 위험한 단점을 동시에 가진 비트코인을 실제 화폐로 사용하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논란이다. 비트코인은 온라인에서 이용되는 암호화된 가상화폐다. 하지만 화폐라고 하기엔 기존의 시스템과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발행기관이 없다. 개인이 일종의 수학문제를 풀어 코인을 획득하는 방식의 '채굴'을 통해 발행된다. 채굴 경쟁이 심화될수록 수학문제는 점점 더 어려워져 결국엔 슈퍼컴퓨터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된다.

2009년부터 채굴돼 현재 약 1200만 비트코인이 발행됐다. 2140년이면 한계치인 2100만개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채굴량이 4년마다 절반씩 줄고 있어서다. 흥미롭게도 개수가 정해져 있다는 게 비트코인의 매력이다. 발행기관도 관리기관도 없으니 특정 주체가 나서서 통화량을 좌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실물 화폐를 대체할 경우 환율변동에 따른 특정 국가의 득실이 생기지 않는다는 거다.

또 다른 장점은 위변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거다. 채굴과정을 단순화해 보자. 예를 들어 문제 1번을 풀면 그 결과가 데이터로 저장되고, 선물로 암호화된 수치를 받는다. 그게 바로 비트코인이다. 그다음 누군가가 2번을 풀면 또 그 결과가 저장되고 그는 2번에 해당하는 암호화 비트코인을 받는다. 그런데 1번 코인과 2번 코인의 암호화 수치가 서로 연결돼 있어 중간에 다른 값이 들어갈 수가 없다.

비트코인 장단점 '극과 극'


데이터를 조작할 수도 있지만 채굴기록이 남아 있고, 10분마다 갱신되며, 공개되기 때문에 쉽지 않다. 데이터를 조작하려면 갱신 이전의 기록과 갱신 이후 기록을 모두 조작해야 한다는 얘기다.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발행기관이 없는 만큼 관리기관도 없어서다.

그러나 보완해야 할 점도 만만찮다. 채굴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 가치변동이 심하다. 국내 사례를 보자. 비트코인 가격은 2013년 9월 30일 14만8000원에서 11월 30일 155만원까지 껑충 뛰었다. 채굴이 완전히 끝나 안정화되기까지는 이런 가치변동이 극심할 수 있다. 분실위험도 있다. 비트코인은 분실할 경우 그대로 소멸된다. 다시 만들어낼 수 없다. 논란이 있긴 하지만 해킹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유진 KT경영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파일처럼 PC 하드디스크에 저장되는데, 조금만 솜씨가 있는 해커라면 훔쳐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김진화 코빗 이사는 "은행 보안시스템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해도 금융사고를 막을 수 없는 건 중앙통제시스템 때문"이라며 "중앙만 공격하면 되는 은행보다 개인 대 개인 거래가 기반인 비트코인은 안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해커가 어디를 공격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세계적인 보안 전문가 댄 커민스키를 비롯해 많은 해커와 전문가들이 비트코인의 치명적 약점을 찾아내려 했지만 실패했다"며 "그들 중 다수는 비트코인의 초기 지지자가 됐다"고 말했다.

익명성도 문제점 중 하나다. 은행거래처럼 등록을 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어서다. 비트코인이 불법적인 자금세탁이나 범죄에 악용될 경우 그 이용자를 잡아내기 어려운 이유다. 더구나 훔친 비트코인을 사용해도 누군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사용에 제안이 없다.

이 문제는 해결할 방법이 있다. 세계 각국 정부는 비트코인이 실물 화폐와 연동될 때는 개입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거래소를 통해 관리하겠다는 거다. 미국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유통업체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허가제 등 구체적인 규제안을 마련하고 있다. 영국도 국세청이 감독하는 가상화폐 거래소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의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도 마찬가지다.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사는 건 금융거래에 해당하기 때문에 거래소에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현재 비트코인은 각국 정부가 인정하는 거래소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이용자는 그 거래소에 수수료를 낸다. 다시 말하면 거래소를 통해 누가, 언제, 어떤 비트코인을, 얼마만큼 샀는지 모든 정보가 저장된다. 때문에 정부가 거래소에 정보를 요청하고 이를 거래소가 승낙하면 자금세탁을 비롯한 불법적 용도의 사용을 적발할 수도 있다.

비트코인 유통 규제 나선 세계 각 정부

바로 이것이 비트코인의 딜레마다. 정부 통제를 벗어난 자유로운 거래를 꿈꾸며 출발한 통화가 비트코인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비트코인의 유통을 규제하면 비트코인 본래 취지가 훼손되는 셈이다. 결국 비트코인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없애는 해법은 아직 없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점과 딜레마 때문에 비트코인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비트코인에 내재적 가치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갖는 의의가 있다며 비트코인을 무시하기보다는 취약점을 보완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비트코인의 보안문제를 지적한 박유진 연구원은 "혁명을 일으킬 화폐로 보기엔 비트코인의 한계가 너무 많다"면서도 "하지만 기존 화폐가 갖지 못한 비트코인 만의 긍정적인 면이 많기 때문에 가치를 폄하하기보다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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