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에 나선 무소속 안철수 의원부터 장하성 교수에게 출마를 권유하는 등 서울시장 선거에 독자후보를 내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내비쳐 진검승부를 예고했다.
민주당에서도 “어느 쪽이 죽든 연대하면 안 된다”(박기춘 사무총장)면서 강하게 맞서고 있다.
묻지마 단일화의 후유증과 그로 인해 커진 국민적 반감까지 뒤엉켜 있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야권이 코너로 몰릴수록 연대 요구는 지지층으로부터 커질 수밖에 없다.
야권에서 복수의 후보를 내면 야권의 패배 가능성이 짙을 뿐더러 앞선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에게 양보를 해놓고선 이제와 비판할 명분도 없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것이다.
안철수 의원에겐 그래서 야권 연대도 야권 분열도 모두 부담일 수밖에 없다.
“낡은 체제를 걷어내겠다”거나 “지역 독과점을 깨겠다”지만 선거 결과에 따라선 ‘새누리당 어부지리’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양당 체제가 안철수 현상을 낳았지만 실패의 덫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지금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가 새정치의 동반자”라면서 양당 사이 비좁은 틈을 벌리려 서두르고 있다.
야권 지지층이 전략적 선택을 통해 더 많은 공간을 자신에게 내어줘 '천하삼분지계'가 되길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보다 높은 지지율은 그 밑천이다.
세력화와 창당 작업의 진척에 따라 안 의원 측이 독자노선으로 지방선거를 완주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경우 부분적 전략연대 쪽으로 기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서울시장 대신 경기지사와 인천시장 등에서 민주당의 양보를 얻어내는 '빅딜설'이 이를 근거로 한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이미 야권 경쟁이 아니라 ‘대(對)박근혜 전선’을 긋자는 요구도 나왔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이 한 텐트 속에서 내부경선을 거쳐서 단일후보로 내야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권심판론'을 꺼내기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DJ정부 2년차 때 고건 서울시장, 임창열 경기도지사 등이 승리했던 지난 98년 지방선거를 참고한다면, 허니문기간이 끝난다는 판단은 섣부르다는 것이다.
복잡한 방정식의 결과는 안 의원 측이 예고한대로 서울시장 후보를 낼지로 연결된다.
박 시장 측 인사는 최근 사석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신당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낼지 안낼지 정말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큰 틀에서 같은 꿈을 꾼다"며 원론적 수준의 발언만 내놓고 있을 뿐이다. 칼자루를 쥔 쪽은 박 시장이 아니다.
전쟁은 시작됐지만 동맹은 안갯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