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운전 '쌍둥이 이코노미'

기성준의 재테크 바이블

투자는 운전과 닮았다. 초보 운전자는 여러 번의 도로연수 끝에 운전하는 법을 터득한다. 초보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투자처와 운용규모를 꼼꼼하게 확인해도 원금을 손실하기 일쑤다. 그러다가 크고 작은 수익을 얻으며 투자에 익숙해진다. 이런 과정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어느새 운전자가 길을 꿰뚫게 되듯, 투자자도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게 된다.

2014년 갑오년이 밝았다. 새해를 맞아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계발ㆍ다이어트ㆍ금연이 대부분이다. 여기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재테크'다. 새해만 되면 저축형 추천상품 요청이 이어지는 것은 이런 이유일 것이다. 필자는 추천상품을 문의하는 고객에게 투자를 하기 전에 먼저 '상담'부터 받을 것을 권한다. 분석(상담) 없이는 그림(재무설계)을 그릴 수 없기 때문이다. 상담을 받으면 정확한 재무설계가 가능하다. 올바른 저축습관을 기르고, 금융상품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 필자가 상담한 A씨의 사례다. A씨는 IT중견기업에 다니는 4년차 직장인이다. 미혼인 A씨는 부모님과 함께 산다. 아직 교제하는 사람은 없다. 회사일이 바쁘고 업무 강도가 높아 야간근무가 잦다. 그래서 A씨의 월급 내역엔 각종 수당이 붙는다. 수입금액 대비 지출금액이 적다 보니 또래 연령보다 저축률이 높다. 그런데 이상하다. 저축을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돈이 모이지 않는다. 분석에 들어갔다. A씨는 불편한 진실을 숨긴 금융상품의 피해자였다.

필자가 A씨에게 금융상품에 가입한 목적을 물었다. 돌아온 A씨의 대답은 여느 직장인과 다를 바 없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서였지만 연말정산 시 절세節稅 혜택을 얻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연금저축은 절세 혜택이 높다. 세금납부 후 수익률이 높아지는 상품이다. 그래서 많은 직장인이 가입한 대표적인 금융상품이기도 하다.

A씨는 한가지 잘못 알고 있는 게 있었다. 본인의 연간소득과 과세표준을 혼돈한 것이다. 과세표준은 본인의 소득에서 근로소득공제를 기본으로 각종 추가공제ㆍ공적보험료 등 공제항목 등을 뺀 금액이다. 연간소득과 공제항목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연봉에서 대략 50~60%가량 해당되는 금액이 과세표준이다. 2000만원 후반대의 연봉을 받는 A씨는 그 금액에서 각종 수당을 제외한 후 절세 혜택을 따져봐야 한다.
연봉 6000만원 미만인 직장인은 과세표준이 작다. 연금저축으로 인한 절세 혜택 또한 크지 않다. 올해부터는 소득공제((연소득-각종 공제)×세율) 방식이 아니라 세액공제 방식(일괄 12%)으로 바뀐다. 그렇게 되면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절세금액이 48만원으로 고정된다. 연금수령 시 납부하는 5.5%의 연금소득세까지 고려하면 혜택이 거의 없는 것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투자하지 않으려면…

연금저축은 새내기 직장인이 필수로 가입하는 절세상품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목돈을 지출할 일이 생기고, 납입기간(10~15년) 대비 수익률이 낮아 해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2%의 세금(기타소득세)이 부과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유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A씨가 여기에 해당했다. 이런 경우 '연금저축계약이전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연금저축계약이전제도를 도식화해서 설명하면 '은행↔증권↔보험 간 계약이전'이다. A씨는 이 제도를 이용해 기존 연금저축보험을 연금저축펀드로 계약을 이전할 수 있다.

이전했을 경우 A씨가 얻는 혜택은 무엇일까. 의무납입기간(5년ㆍ기존납입기간인정)이 줄어든다. 자유납입과 중도인출을 이용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기존보다 높은 기대 수익률로 향후 연금수령 예상액이 늘어나는 효과를 얻는다. A씨는 계약 이전 후 기존 납입금액을 25만원에서 10만원으로 감액했다. 이 자금의 사용 목적은 은퇴크레바스(퇴직 후 연금수령 시점까지의 소득공백기)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 남은 15만원은 CMA(종합자신관리계좌)에 비상예비자금으로 넣어두고 만일에 생길지 모를 일에 대비했다.

이 제도는 약 2~3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었는데 금융회사의 홍보부족으로 모르는 사람이 많다. 연금저축펀드는 세금납부 후 수익률이 높은 절세형 금융상품이 아니라 높은 기대수익률을 얻어 연금을 증액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A씨는 본래 목적대로 노후를 대비하는 장기투자 금융상품에 가입하게 됐다. A씨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사안은 많은 직장인이 적립식 펀드에 가입한다는 것이다. 최근 시중은행은 적금보다 펀드에 가입하기를 권한다. A씨 역시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는데, 적금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은행의 권유에 따른 것이었다.

필자는 가입한 펀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물었고, A씨는 정확하게 답변하지 못했다. 국내시장에 투자하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다. 펀드 이름이 무엇이고, 운용회사가 어디고, 어떻게 투자되는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투자를 하는데 있어서 기본을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 가입상품이 시장에서 어떻게 굴러가는지 확인해야 좀 더 안전한 투자처로 이동할 것인지,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어서다. A씨와 같이 대부분의 펀드가입 고객들이 모르쇠 투자로 일관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결과물은 원금손실로 이어지고 만다. 돈을 잃고 난 후 겁을 먹은 고객은 안정적인 적금으로 방향을 틀었다가 다시 펀드에 가입한다. 그리고 또 손해를 본다.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저금리 시대에 성공적으로 펀드투자를 할 수 없다. 한가지 명심할 것은 투자는 운전을 배우는 것과 같다는 점이다. 운전을 하려면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면허증은 시험을 봐야 하는데, 이를 사전에 연습하는 것이 운전연수다.

시내 주행에 나선 초보 차량은 신호를 위반하고, 중앙선을 넘기 일쑤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능숙하게 좌회전을 하고 주차를 한다. 면허증을 발급받은 운전자는 운전한 지 3년쯤 되면 자신감을 얻는다. 동시에 긴장이 풀어져 한손으로 운전을 하다가 신호위반을 하고, 불의의 사고를 겪기도 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운전을 하기 위해 운전방법을 학습하고, 습관을 들이듯 투자를 하기 전 펀드의 투자처와 운용규모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과거 수익률을 점검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투자에 익숙해지고, 향후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 얼마인지 계산하는 것이다. 이렇게 3년가량 투자를 하나보면 어느새 시장의 흐름이 보이고, 크고 작은 수익을 얻는다. 그러다 보면 직접투자에 나서게 된다. 때론 방심한 탓에 원금을 손실하고 투자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기도 한다.

투자대상 공부는 기본

이런 과정을 거쳐 운전과 투자를 10년 넘게 하다보면 주변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도로가 막힐 땐 우회대로(대안투자)를 하고, 출퇴근 교통이 원활한 시간대(시장 상승기ㆍ하락기)가 눈에 보인다. 불의의 사고에 닥칠 때(손해)도 있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베테랑이 되고, 전문가 못지않은 훌륭한 운전자(투자자)로 거듭난다. 투자를 하려면 모름지기 투자대상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투자를 위한 투자를 하라는 얘기다.
기성준 KDB생명 팀장 snapdragon@naver.com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