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버지니아州 동해병기 한일 대결서 '완승'

"일제강점기 채택 단일명칭 부당" vs "단일지명 원칙 위배"

최근 과거사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한·일 양국이 13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州)의 주도 리치먼드에 있는 주 의회에서 이 지역 공립학교 교과서의 '동해 표기' 의무화 문제를 놓고 양보없는 대결을 벌였다.

상원 교육·보건위원회 산하 공립교육 소위원회에서 진행된 '동해병기 법안' 심사에서 한인단체 대표와 주미 일본대사관 대리인이 각자의 주장을 내세우며 의원들을 상대로 치열한 논리대결을 펼친 것이다.

결론은 한국측의 '완승'이었다. 찰스 케리코 위원장을 비롯해 소위를 구성하고 있는 6명 의원이 모두 찬성표를 던져 법안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법안을 상정한 데이브 마스덴(민주) 상원의원이 회의 직전 연합뉴스 기자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2명이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구두표결에서 '반대'를 외친 의원은 없었다.

이날 법안 심사는 '공립학교 교과서 동해병기 의무화 법안'(S.B.15)에 대한 마스덴 의원의 제안 설명으로 시작됐다.

마스덴 의원은 "'동해'(Donghae)는 1천100년대부터 있었던 명칭이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정확한 것"이라면서 "국가간 이견이 있는 문제에 대해 교실에서 토론과 학습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법안은 어떤 하나의 명칭이 채택돼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이를 둘러싼 논쟁과 중요성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마스덴 의원과 똑같은 내용의 '초당적 법안'을 제출한 리처드 블랙(공화) 의원이 가세했다.

블랙 의원은 "국제수로기구(IHO)가 '일본해' 지명을 채택한 지난 1929년에는 일본이 한국을 강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에는 발언권이 없었다"면서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감안해 '동해병기'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두 의원의 제안 설명 뒤 케리코 위원장이 방청객들을 향해 "찬성 의견이 있느냐"고 묻자 먼저 한국측이 나섰다.

최근 동해병기 운동을 주도적으로 펼치고 있는 한인단체인 사단법인 '미주 한인의 목소리'(VoKA)의 피터 김 회장과 홍일송 버지니아주 한인회장 등은 잇따라 발언권을 신청하고 "이 법안은 한국계 미국인들뿐 아니라 모든 미국 국민에게 중요하다"면서 지지를 당부했다.

특히 김 회장은 "학생들은 정확한 명칭에 대해 배울 권리가 있다"면서 "동해를 병기하는 게 공정하고 바른 일"이라고 강조했다.

참석 의원들의 찬성 발언이 이어지면서 일사천리로 통과되는 듯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주미 일본대사관의 대리인으로 참석한 현지 대형 로펌의 로비스트였다.

'맥과이어우즈 컨설팅'의 시어도어 애덤스 선임부대표는 "일본대사관은 이 법안에 반대한다"면서 지명 선정의 권한을 갖고 있는 IHO가 이미 '일본해' 명칭을 선택했고, 미국 정부는 단일지명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는 또 이는 역사적인 분쟁 사안이기 때문에 상원에서 법안으로 결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찬반 토론이 끝난 뒤 케리코 위원장은 구두표결을 요청했고 참석한 모든 의원이 '찬성'(AYE)를 외치면서 약 20분간 진행된 동해병기 법안 심사는 가결 처리로 마무리됐다.

피터 김 회장은 "지난 2012년에도 같은 법안이 상정돼 상임위 소위는 무난하게 통과됐지만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부결됐다"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상·하원을 모두 통과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스덴 의원은 "상원에서는 가결처리될 것이 유력하다"면서 "일본측 로비 등으로 인해 하원은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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