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과없이 눈 못감아"…위안부 할머니 증언록 美·中 정상에 전달

'나를 잊지마세요' 영어·중국어판 1,500부 발간, 전 세계 발송

"눈을 감기 전에 일본의 진정어린 사과를 받았음 좋겠다. 그래야 눈을 감고 가겠다"

거동이 불편함 몸을 휠체어에 의지한 채 모습을 드러낸 백발의 김복득(96) 할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진정어린 사과' 이 한마디를 받기 위해 할머니는 수 십년을 기다려왔지만, 일본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할머니는 연로하고 쇠약한 상태여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국내 최고령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 할머니의 모진 운명의 아픈 역사를 담은 증언록 '나를 잊지 마세요' 영어·중국어판이 14일 세상에 나왔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해 3월 한글판 '나를 잊지마세요'를 처음 출간한 데 이어 그 해 8월에는 일본어판도 제작했다.

당시 일본어판은 야스쿠니 참배로 비난을 받고 있는 일본 아베 총리와 위안부를 부정하는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 등 일본 정치권에게도 전달됐다.

이 때문에 고 교육감은 교육 교류를 맺은 일본 야마구치현과의 예정된 방문 일정이 돌연 연기 통보를 받기도 했다.

이에 도교육청은 더 나아가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영어·중국어판도 발간하기로 하고, 집필진과 전문기관의 감수를 받아 책을 출간했다.

이날 도교육청에서 열린 출간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 할머니는 "감사하다"는 말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고영진 교육감과 김복득 할머니가 서명을 한 이 증언록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 반기문 UN 사무총장에게 우편을 통해 전달된다.


영어판 1,000권은 세계 각국 정상과 교육부 장관, 미국 50개 주 주지사 및 교육감, UN 인권위원회, UN 경제·사회·문화적권리위원회(CESCR), UN 고문금지위원회(CAT) 등에 보냈다.

중국어판 500권은 중국 22개 성장, 5차치구 주석, 4직할시장, 2특별행정구 행정장관 및 교육청 관계자 등으로 발송된다.

또, 세계 32개국에 있는 한국학교와 한국교육원에도 교육용으로 전달된다.

고 교육감은 증언록과 함께 보내진 미국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아픈 역사의 전철을 밟지 않으면서 역사의 진실 또한 규명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보낸다"고 밝혔다.

고 교육감은 "이제는 이미 여든, 혹은 아흔이 되어버린 당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소녀들의 절규도 목이 쉬어간다"며 "'나를 잊지마세요'가 과거 힘없는 나라 백성의 삶일지라도 당연히 대우받고 존중되어야 하는 소중한 인권임을 상기할 수 있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고 교육감은 오는 16일 미국 대사관을 방문해 이 증언록을 직접 전달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해 교육을 위한 미국의 지원과 동참을 요청할 예정이다.

또, 같은 날 일본 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을 찾아 증언록을 헌정하기로 했다.

김복득 할머니는 1918년 통영 태평동 출신으로 공장에 취업시켜 준다는 일본의 꾀임에 속아 위안부 피해자가 됐으며, 7년간 지옥같은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다.

'나를 잊지 마세요'는 고 교육감이 지난 2012년 8월 김 할머니를 위문한 자리에서 "증언록을 만들어 역사 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싶다"는 제의를 김 할머니가 받아들이면서 출판이 성사됐다.

경남교육청은 이 증언록을 도내 전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 보급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해 교육을 전국 최초로 하고 있다.

고 교육감은 "지금 일본은 사죄는 커녕 독도 문제 등으로 우리와 마찰을 빚고 있다"며 "일본의 과거 역사 만행에 대해 전 세계에 고발하고 이로 인해 일본이 진정으로 사죄할 수 있어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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