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아들 방에 번개탄을 피워놓고 잠적했다가 나흘 만에 붙잡힌 A(50)씨 부부의 모습은 평범해 보였다. 사랑스러운 아들을 저 세상으로 보내려는 끔찍한 생각을 했다는 것을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다.
목포경찰은 15일 브리핑에서 CCTV 녹화분을 공개했다.
아들이 잠들었는지 부부가 번갈아 가며 확인하는 장면이라고 경찰이 말을 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평범한 엄마와 아빠의 모습이었다.
그날 오전 3시께 엄마가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갔다가 5분 만에 다시 내려왔다. 아들이 잠들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주차장에 대기한 남편 차를 타고 시내를 한 바퀴 돌았다고 한다. 4시 34분 이번에는 남편 A씨가 검은색 가방을 메고 엘리베이터에 나타난다. 정확히 13분 후에 가방을 놓고 내려왔다.
또다시 7시 30분께 A씨는 다시 올라가 화장실에서 피운 번개탄을 잠든 아들 방에 놓고 가방을 메고 내려왔다. 이 가방에는 번개탄 2개가 들어 있었다.
아들 방에 번개탄을 피우고 온 비정한 부모는 무작정 차를 몰아 고흥으로 갔다. 차에서 하룻밤을 보낸 이들은 다시 나주로 와 한 주차장 차 안에서 지냈다.
경찰서 앞마당에 주차된 차 안에는 빈 소주병, '햇반', 가스레인지, 물병 등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고급 승용차 안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평범한 이 부부가 아들을 죽이고 자신들도 목숨을 끊으려 한 것은 100억원대의 주식 투자 실패 때문이다.
A씨는 건설회사에 다녔고 부인 B씨는 은행을 다니다 그만뒀다.
은행을 그만둔 부인은 지난 1999년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수익률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친척 등 돈을 맡기는 사람이 늘었다. 처음 3∼4년간은 7∼8%의 수익을 올렸다. 한 투자자에게는 최고 30% 수익까지 안겨줬다.
부인이 돈을 잘 벌자 A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부인 뒷바라지를 했다. 집안일이며 운전 등 개인 비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전문가도 아닌 B씨는 3년 전부터 힘들어지기 시작했고 지난해 여름 '힘들어 죽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경찰에게 진술했다.
최근까지 외국 회사를 인수해 수익을 내겠다며 끌어모은 20억원으로 일부 채권을 갚기까지 했다.
다행스럽게 친척에게 발견돼 막다른 길에서 빠져나온 이 부부는 경찰서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의식을 회복해 건강을 되찾은 아들은 아직도 이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 부부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