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간부는 담보도 없이 5억 원을 대출해주는가 하면, 남의 아파트를 담보로 자신이 직접 거액을 대출받는 등 고객 예금인 신협 자금을 제멋대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금품을 받고 부정대출을 해주는 등 각종 불법을 일삼은 혐의로 부산 모 신협 채권팀 차장 김모(39) 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불법대출에 가담한 신협 동료 직원 2명과 김 씨에게 금품을 제공하거나 약속하고 부정한 대출을 받아낸 건설업체 관계자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 씨는 지난 2010년 6월 모 리조트 업체 재무책임자인 김모(41) 씨로부터 경기도의 한 사우나 건물을 담보로 4억 원을 빌려주고, 앞으로 있을 대출 때도 계속해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김 씨의 회사 법인이 소유한 경남 진주 모 아파트 7채와 800만 원짜리 명품시계를 넘겨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담보로 제공된 시가 30억 원 상당의 사우나 건물은 이미 다른 금융기관에서 29억 원을 대출을 받아 추가 담보 여력이 없지만, 김 씨는 이를 알고도 4억 원의 대출을 승인해줬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또 2011년 7월 건설업자 전모(46) 씨로부터 아파트 경매 입찰 보증금에 쓸 돈 5억 원을 빌려주면 3개월 안에 원금을 갚고 추가로 5억 원을 사례비로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아무런 담보 없이 5억 원을 불법 대출해준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씨는 이도 모자라 상가건물 투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자신과 아무 관련이 없는 해운대 모 아파트를 매입한 것처럼 부동산 매매계약서 등을 위조한 뒤 6억 5천만 원을 자신이 직접 대출받기까지 했다.
김 씨가 대출 대가로 받은 아파트 7채는 신탁회사에 설정된 저당권을 제외하고도 최소 4억 5천만 원의 가치가 있었으며, 경찰은 김 씨가 이 중 5채를 팔아 이미 수억 원을 챙기는 등 신협 불법대출을 통해 최소 11억 원 이상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는 경찰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달 현금 3천만 원을 챙겨 잠적한 뒤, 다른사람의 신분증과 대포폰을 들고다니는가 하면, 안경을 벗고 쌍꺼풀 수술로 외모를 바꾼채 도피행각을 벌여오다 경찰의 추적으로 은신지가 들통나면서 끝내 덜미를 잡혔다.
이 사건을 수사한 심재훈 금융범죄수대장은 "제2금융권 기관은 독립채산제로 운영돼 지점장의 결재만으로 거액의 대출이 손쉽게 이뤄지는가 하면, 담당자가 불법을 일삼아도 상급자나 내부 감사에 의해 적발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유사 사례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