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15일 국빈방문하는 인도의 국영 두르다르샨TV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유엔 안정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에 반대한다는 뜻을 에둘러 나타냈다. 박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개혁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상임이사국 자리를 증설하기보다 비상임이사국을 증설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해당 질문은 인도가 상임이사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어서 나온 것이지만, 박 대통령의 대답은 일본을 향해 있다고 보는 것이 외교가의 분석이다. 일본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이어 독도영유권 주장을 교과서 제작지침으로 반영하는 등 전방위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리 개혁의 '책임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해 미국과 유럽 순방에서도 공식 발언을 통해 일본 정치인의 역사인식을 비판했었다. 이날 박 대통령의 표현은 앞선 발언들보다는 표현을 에두른 것인데, 일본 측이 '저질 외교' '고자질 외교' 등 원색적 비난을 쏟아붓자 빌미를 잡히지 않으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는 건, 한국이 일본의 우경화 광폭행보를 제어할 적절한 카드가 없어서 이기도 하다. "더운 물은 항상 준비해놓고 있는데, 매번 일본이 찬물을 끼얹는형국이다. 우리 쪽에서는 찬물을 만들 수 있는 '꺼리'가 없다(외교부 당국자)"는 것도 이 대목이다.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자위권을 지지하고 나서고, 아베 총리가 돈보따리를 풀며 전 세계적인 지지를 획득해나가는 상황에서 한국의 유일한 대일 압박 자원은 '도덕적 우위'에 불과하다. 일본을 제어할 마땅한 외교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엄중한 조치가 '대통령의 입'을 통한 메시지 전달인 것이다.
반면 중국은 동원할 수 있는 외교적 자원을 총동원해 대일 여론전을 벌이는 분위기다. 최근 일제의 만행을 입증하는 문서들을 잇달아 공개하며 일본의 역사 문제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것도 이 맥락이다.
중국은 특히 해외 전 공관의 외교관들이 현지 언론 등을 통해 아베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추이텐카이 중국 대사가 번스 부장관과 면담을 갖고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현지 언론에 '위험한 참배'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한중이 일본 대응 방식에 온도차가 있는 것과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은 역사 문제에서는 일본에 대해 공통 이해를 갖고 있지만, 영토 문제에 있어서는 중국이 훨씬 첨예하고 일본과 맞서고 있다"며 "센카쿠 열도 분쟁이 이어지는 한 중국의 공격적 대일 여론전은 한국보다 수위가 높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