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라이트 목사는 전날 시카고 교원노조가 주최한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날' 기념 행사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했다.
흑인 목회자들이 다수 참석한 이 자리에서 라이트 목사는 킹 목사와 오바마 대통령을 비교하며 "킹 목사는 '나에게는 드림(dream·꿈)이 있습니다'라고 외친 반면 오바마는 '내게는 드론(drone·무인폭격기)이 있다'고 말한다"며 오바마 행정부가 중동지역에서 무리한 군사 공격을 감행하고 있는데 대한 비난을 퍼부었다.
라이트 목사는 이어 오는 20일(매년 1월 셋째주 월요일)로 다가온 킹 목사 탄생 85주년을 맞아 킹 목사가 말한 '가치 혁명'을 당부하면서 "서구사회를 사로잡고 있는 '인종주의, 군사주의, 자본주의란 세 개의 머리를 가진 괴물'을 물리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정하기 힘든 문제이지만 학교는 학생들에게 진실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8월28일, 킹 목사가 1968년 워싱턴DC 링컨기념관에서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로 시작되는 명연설을 한 평화 대행진 50주년을 맞아 연설하면서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킹 목사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꼽았다.
라이트 목사는 킹 목사가 인종간 화합을 염원한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매주 화요일이면 "금주에는 중동지역에서 무인폭격기를 가지고 누구를 죽일 것인가"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살생 목록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가 지난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은 매주 화요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안보실무자 20여 명을 정기적으로 만나 무인폭격기를 이용한 테러용의자 제거 대상을 최종 결정한다"고 보도한 사실을 가리킨 것이다.
라이트 목사는 이어 오바마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꼬집으면서 "안 던컨이 시카고 교육청 교육감으로 재직하면서 학교 시스템을 망가뜨려놓고도 오바마 행정부 교육부 장관으로 영전한 것은 버락 후세인 오바마와 농구를 할 때 슛을 잘 쏘았기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라이트 목사는 오바마가 20년간 출석한 시카고 트리니티연합교회의 담임목사로 오바마 부부의 결혼식과 두 딸의 세례식을 집례했다. 오바마가 대선 출마 선언 직전 펴낸 책 '담대한 희망'(The Audacity of Hope)도 라이트 목사의 설교에서 영감을 얻어 제목을 달았다.
하지만 2008 대선 과정에서 과거 설교 도중 미국 사회를 향해 거침없는 독설을 퍼부은 사실이 공개되고 일각에서 오바마의 사상에 의구심을 제기하자 오바마는 라이트 목사를 비난하며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라이트 목사는 지난 2010년 2월 "오바마가 나를 배신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후 그는 2011년 뉴욕타임스 매거진 전 편집장 에드 클라인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부부의 신앙심이 깊지 않았다"고 말하는 등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