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언론사의 '공정방송'도 합법 파업의 근거가 되는 '근로조건'으로 사상 처음 인정하면서 공정보도 파업의 길이 열린 셈이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박인식 부장)는 정영하 전 MBC 노조 위원장 외 43명이 MBC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판결이 주목되는 점은 사상 처음으로 '공정보도'를 언론사의 '근로조건'으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반 기업과 다른 방송사 등 언론매체는 민주적 기본질서 유지와 발전에 필수적인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할 공정성의 의무가 있다"면서 "이 의무는 헌법이나 방송법에 규정돼 있어 공정방송의 의무는 기초적인 근로조건에 해당한다"며 징계를 무효화했다.
이번 판결은 법조계와 노동계 안팎에서 언론사가 공정보도를 목적으로 파업하는 합법적인 길을 연 판결로 평가받고 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박경신 교수는 "아직 대법원의 판결이 나진 않았지만 언론사의 근로조건 범위를 폭 넓게 해석한 첫 판결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해고무효확인 소송은 노사 분쟁이 있은 후 사업장 평화를 복원하는 의미를 갖기 때문에 대법원까지 갈 경우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확정이 된다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법리를 확립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법원은 MBC의 경우 근로조건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인사 개입을 통해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한 것으로 봤다"면서 "최소한 방송의 공정성이 부적절한 인사를 통해 훼손될 때 이에 저항하는 파업의 길을 연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김민아 노무사는 "대부분의 언론사 파업은 공정보도를 기치로 진행되지만 사측은 이를 정치파업으로 규정해 파업 목적이 정당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면서 "하지만 이번 판결로 공정보도가 근로조건으로 확인되면서 이 같은 파업이 가능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 노무사는 "지난 2008년 해직된 YTN 노종면 기자 등 6명 등 다른 해직 언론인의 경우 사안이 조금씩 다른 점이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 판결로 YTN의 대법원 판결에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