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바티칸의 연례보고서에서 엮은 통계에 따르면 베네딕토 16세는 2011∼2012년 사이 400명에 이르는 사제의 성직을 박탈당했다. 이는 교황청이 처음으로 성직 박탈자 수를 밝힌 지난 2008∼2009년의 171명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 통계는 교황청 내부의 신앙 및 윤리 감시기구인 신앙교리성(CDF) 등 교황청 내 여러 기구의 활동에 대한 연례보고서에서 편찬한 것으로, 지난 16일 제네바에서 열린 사제의 아동 성추행에 대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CRC) 청문회에서 교황청을 방어하기 위해 준비됐다.
주 유엔 바티칸 대사인 실바노 토마시 대주교는 이 통계가 8시간에 걸친 청문회에서 거론한 자료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지난해 1995년 이후 바티칸에 보고된 모든 성추행 사건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고, 교황청은 이번 청문회를 앞두고 보고서를 재차 제출한 바 있다.
한편 이번에 밝혀진 400명에 이르는 사제 파면은 교황청 내부에서도 눈에 띄는 개혁이 일어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AP통신은 풀이했다.
수십년간 가톨릭 주교 등은 아동 성추행을 저지른 사제들을 경찰에 넘기거나 종교적 징계를 받게 하는 대신 다른 교구로 보내곤 했으며, 피해자들에게도 고소하는 대신 속으로 삭일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이에 교황청은 2001년 소아성애자에 대해 처음으로 칼을 들이댔으며, 신앙교리성을 운영해 문제가 된 사제들을 적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