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가 AI 감염원이라면…고민 깊어지는 방역당국

전북 고창의 씨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데 이어 인근 저수지에서 야생 오리 1천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하자 방역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철새가 감염원으로 확인되면 비행경로의 모든 지역이 감염 위험지역에 포함되기 때문에 현재의 발병지역 중심의 '포위망형' 방역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최초 발병 농장과 감염의심 신고가 들어온 농장의 오리는 물론 주변 농장의 닭·오리까지 예방차원에서 살처분하고 AI 발생 농장 반경 500m, 3㎞, 10㎞ 등 3단계 방역대를 설정하는 등 강도 높은 방역조치에 들어갔다.


농식품부는 AI 발생에 따른 초동 방역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고 추가적인 전파 개연성은 낮은 것으로 봤다.

또 18일 오전까지 최초 발병 농가와 부안의 오리 농가를 제외하고 추가 감염의심 신고가 들어오지 않은 것을 근거로 상황이 비관적이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과거 4차례 AI가 발생했을 때는 하루에 10건 이상 감염의심 신고가 들어왔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부안의 다른 농가에서 감염의심 신고가 들어오고 고창 오리농장에서 불과 5.4㎞ 떨어진 동림저수지에서 야생오리 1천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하면서 사태를 낙관할 수만은 없게 됐다.

야생오리와 고창 농장, 부안 농장에서 채취한 샘플에서 같은 AI 바이러스가 검출되면 이번 AI 발생의 원인은 동림저수지의 야생오리일 공산이 크다. AI의 주요 감염원이 철새의 배설물이기 때문이다.

야생오리에 의한 AI 발병이 확인되면 발병 농장을 중심으로 한 `포위망형' 방역체계는 큰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

철새의 비행경로에 있는 모든 지역이 감염위험 지역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창 농가와 부안 농가 모두 군산 하구둑∼부안 줄포만∼고창 동림저수지로 이어지는 겨울 철새의 주요 비행경로 상에 있다.

철새가 감염원이라면 철새의 이동에 따라 AI가 전국으로 확산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야생오리의 폐사 원인과 고창 농장과 부안 농장에서 발병한 AI의 연관 관계를 확인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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