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사후 '봄'은 왔다는데…"리비아는 무장단체의 천국"

한석우(39) 코트라 트리폴리 무역관장이 19일(현지시간) 피랍된 리비아는 바로 전날인 18일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될 정도로 통제가 불가능한 혼돈의 상태다.

리비아를 40여 년 동안 철권통치하던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가 지난 2011년 10월 반군에 살해되며 '아랍의 봄'이 오는 듯했지만, 지난 2년여 과도정부가 리비아를 장악하는 데 실패하며 약 1,700개의 무장단체가 현재까지 난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단체는 전국 각지에서 각종 이권을 놓고 서로 총을 겨누며 유혈사태를 벌이고 있다.

특히 동부지역에선 유전과 항구를 몇 개씩을 장기점거하고 정부와 교전을 벌이는 대형 단체까지 등장했다.

몇몇 단체는 따로 자치정부까지 세웠다.

이 때문에 외국인에 대한 테러나 납치도 빈번하다.


지난 2012년 9월 리비아 동부 벵가지 주재 미국 영사관이 이슬람 무장단체의 공격을 받으며 미국 대사 등 미국인 4명이 사망한 사태가 대표적이다.

다른 리비아 주재 외국 공관들도 대부분 무장단체의 공격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내 한국 기업인이나 교민들을 상대로 한 납치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무장강도는 지난해 10여 차례 있었던 것으로 외교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무장단체는 카다피에 맞서 싸우던 반군과 실업 상태인 친(親)카다피 자경단원, 리비아 내전 기간에 풀려난 죄수 등이 주축이다.

일부 이슬람계 무장단체는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결돼 있는 등 구성이 복잡하다.

그러나 과도정부는 현재 정규 병력이 부족해 옛 반군세력 일부에게 지역치안을 '위탁'한 상태다.

이 때문에 부실한 치안을 타고 과격 이슬람주의 세력이 득세해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자지라가 "(리비아는) 무장단체의 천국"이라고 지적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지난해 10월엔 알리 제이단 과도정부 총리가 무장단체에 억류됐다가 몇 시간 만에 풀려나는 초유의 사태도 있었다.

이달 18일엔 친 카다피 무장단체가 남부 세브하 인근 정부 공군기지를 점거하자 의회가 결국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러나 비상사태 선포에도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AFP 통신에 따르면 최근 사회관계망(SNS)을 타고 카다피 지지자들이 수도 트리폴리 서쪽지역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일 거란 소문이 퍼지며 정국이 술렁이는 상태다.

한편, 리비아에선 한석우 관장이 납치당하기 이틀 전에도 두 명의 이탈리인이 동부도시 데르나 근교에서 복면을 쓴 무장세력에 피랍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AP통신이 19일 전했다.

이들은 한 통신사의 민간 직원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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