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흔들리자 벤처붐 일어난 까닭

류준호의 유쾌한 콘텐트

노키아가 무너진 핀란드에는 수많은 '앵그리버드'가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다. 노키아 추락 이후 핀란드에선 역사상 가장 활발한 벤처 창업붐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디트로이트가 추락한 이후 실리콘밸리가 만들어진 것처럼 말이다.

1935년 A.G.탠슬리에 의해 개념이 만들어진 생태계는 생태학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 사회를 분석하는데 유용한 은유와 유추의 원천이 되고 있다. 생태계가 활발히 사용되는 이유는 생태계가 구성원들의 다양성과 상호관계성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서다. 기본적으로 생태계는 먹이사슬과 순환구조로 이뤄져 있다. 1차 생산자(식물)의 존재가 2차 생산자(초식동물)를 존재하게 만들고, 3차 생산자(육식동물)가 있을 수 있게 한다.

분해자(박테리아)로 인해 2차와 3차 생산자는 다시 1차 생산자의 양분이 된다. 또한 어떤 생태계도 외부로부터의 에너지 공급(태양)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에너지의 양을 받아들이는 것은 3차보다 2차가, 2차보다 1차 생산자다.

1차 창작자가 문화콘텐트의 원천


따라서 식물이 가장 많은 외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각 개체의 존재수는 생태계 구성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1차 생산자의 양에 따라 전체 생태계가 범위가 결정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최종 생산물의 양은 1차 생산자의 양에 비례하고 있다. 문화콘텐트 분야는 다른 어떤 분야 비해 생태계적 비유가 적절하다. 1차 생산자인 개인 창작자, 2차 생산자인 분야별 제작자, 3차 생산자인 유통과 대형 제작사, 그 모든 것의 토양인 소비자, 그리고 정부와 외부 산업의 지원 등으로 문화콘텐트 생태계를 도식화 할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몰리는 100만명 지원자들이 바로 풍부한 1차 창작자들이고, K-팝이라는 최종 산출물을 만들어 내는 강력한 힘의 원천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한류 드라마를 만들어 낸 힘 또한 매년 200여편이 넘게 제작되는 드라마를 통해 이뤄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게임ㆍ뮤지컬 등 활발한 문화콘텐트들 모두 풍부한 1차 창작자들이 존재하고 있기에 지금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작은 것이 큰 것을 존재하게 만드는 이유며, 큰 것 하나보다 작은 것들의 합이 더욱 중요한 게 바로 생태계다.

'1인'의 힘은 매우 중요하다. 문화콘텐트는 소수의 1인들이 하나의 문화콘텐트를 만들기 위해 각자의 전문성을 융합하는 분야이다. 이제 세상은 상위 1%의 힘보다 나머지 99%의 합이 더욱 크고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공룡보다는 수많은 평범함을 통해 더욱 큰 성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노키아가 무너진 핀란드는 수많은 '앵그리버드'가 더욱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다. 노키아 추락 이후 핀란드는 역사상 가장 활발한 벤처 창업 붐이 일어나고 있다.

큰 것 보다 작은 것 소중해

미국도 디트로이트의 추락 이후 실리콘밸리의 눈부신 성공이 만들어진 것처럼 핀란드의 벤처도 공룡의 침몰이란 위기 뒤에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생태계라도 그 존재를 위해서는 외부 에너지의 유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연 생태계에서는 태양이라는 외부 에너지가, 문화콘텐트 생태계에서는 정부의 지원, 다른 산업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에너지 유입이 누구에게 이뤄져야 하냐는 것이다. 당연히 1차 생산자들에게 에너지 공급은 보다 집중되어야 한다. 우리는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언제 알 수 있을까.
류준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연구교수 junhoy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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