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2 회담', 시리아 내전 해법 찾을까

과도정부 수립 이행안, 절충 쉽지 않을 듯

3년간 이어진 시리아 내전의 정치적 해법을 논의할 국제회의가 막판까지 진통을 겪을 끝에 22일(현지시간) 개막한다.

스위스 몽트뢰와 제네바에서 열리는 이른바 '제네바-2 회담'이 내전을 끝낼 묘안에 극적인 합의를 이룰 것이라는 관측은 거의 없다.

이번 회담은 과도정부 수립에 합의한 1차 제네바 회담의 후속 회의 성격이나 시리아 정부와 반군 편으로 갈린 각국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절충점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내전 이후 처음으로 시리아 정부와 반군 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며 국지적 휴전과 포로교환, 인도주의 지원 통로 확보 등 단계적 실천방안이 합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리아 정부-반군, 내전 3년 만에 첫 협상

이번 회담은 34개월째 이어진 내전을 정치적 해법으로만 끝낼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공감에서 마련됐다.

정부군과 반군은 하루에 100명 이상 숨지는 격전을 벌이고 있지만 최근 1년 동안 전세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정부군은 수도 다마스쿠스와 남부를 철저히 방어하고 있고 반군은 북부와 동부를 여전히 장악하고 있다.

어느 쪽도 무력으로 사태를 끝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 편인 러시아와 반군을 지지하는 미국은 지난해 5월 정부군과 반군이 참여하는 평화회담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합의했다.

양국의 합의에도 회담 개최는 화학무기 사태 등으로 계속 연기되다가 결국 1차 제네바 회담 개최 19개월 만에 후속회의를 열게 됐다.

국제사회는 2012년 6월 말 제네바에서 정전과 과도정부 수립 등에 합의한 '제네바 코뮈니케'를 채택했지만 과도정부 수립의 전제조건인 '상호 동의' 문구를 놓고 이견을 노출해 합의 사항이 이행되지 못했다.

반군을 지지하는 미국 등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상호 동의' 조건을 통과할 수 없다며 과도정부 수립 과정에서 배제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러시아는 반대 주장을 폈다.

이런 1차 회담의 합의문을 놓고 팽팽히 맞선 이견이 2차 회담에서 쉽게 좁혀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회담은 22일 몽트뢰에서 초청국 전체가 참여하는 회의와 24일부터 제네바 유엔본부로 옮겨 시리아 정부와 반정부 단체의 당사자 회의로 나눠 진행되는데 22일 회의에서 특별한 결과물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즉 몽트뢰의 한 호텔에서 열리는 22일 회의는 각국이 정치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주장해 24일 당사자 회의에서 합의를 도출하라고 촉구하는 성격에 가깝다.

외교 소식통은 "22일 회의의 합의문을 작성하자는 사전 논의가 아직 없어 각국이 입장을 밝히고 정리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실질적인 회담은 24일부터 개최하는 당사자 회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지 휴전·포로교환 등 단계적 평화안 합의 기대

알아사드 정권과 반정부 단체인 시리아국민연합(SNC) 대표단이 24일부터 개최하는 협상에서도 과도정부 구성에 합의할 것이란 예측은 나오지 않는다.

양측이 상대를 협상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강조했기 때문이다.

알아사드는 이번 회담은 '테러와의 전쟁'을 핵심 의제로 논의해야 한다며 권좌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알아사드는 19일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제네바-2 회담에서 무엇을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제네바-2 회담은 시리아 정부의 테러리즘과의 전쟁과 관련해 명확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테러 문제를 제외한 정치적 해법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강조했다.

시리아 국영 뉴스통신인 사나(SANA)도 전날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 참여할 대표단과 만나 외국의 지원을 받는 테러리즘을 척결하는 의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알아사드는 알카에다 연계 무장세력인 반군 외에도 모든 반군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있으며 정권을 유지하고자 테러 의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이번 회담의 목표인 과도정부 구성 이행안 마련에서 서방은 알아사드를 배제해야 한다고 압력을 넣고 있지만 테러가 부각되면 알아사드 정권을 용인하는 쪽으로 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테러 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알아사드의 주장에 동참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13일 시리아국민연합(SNC)의 아흐마드 자르바 의장과 만나 반군이 시리아 정부와 연대해 시리아로 유입되는 테러리스트를 소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서방도 알카에다 연계 반군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와 알누스라전선이 세를 불리자 반군을 지원하기 난감해졌고 알카에다 세력을 척결하자는 데 반대할 명분은 없다.

그러나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날 알아사드 정권이 ISIL, 알누스라전선을 지원한 정황을 서구 정보기관들이 포착했다고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텔레그래프는 정보기관과 반군, 알카에다 전향자 등을 인용해 알아사드 정권이 ISIL과 알누스라전선 모두에 석유와 가스 판매수입을 지원해 왔다고 전했다.

터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외무장관도 최근 알아사드 정권과 ISIL은 비밀 협력 관계라고 밝혔으며 서방 외교 소식통은 정부군이 ISIL이 장악한 지역은 공격하지 않는다며 양측이 밀접한 관계라고 주장했다.

다만 시리아 정부는 지난 17일 미국과 러시아가 논의한 국지적 휴전과 포로교환, 인도주의적 지원 통로 확보 등에 동의한다고 밝혀 이번 회담에서 이런 방안은 합의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사전 회의에서 이런 단계적인 평화안을 논의한 것은 과도정부 구성 의제는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대안으로 준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번 회담은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양측이 계속 만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평화적 해법의 동력을 유지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반군 내분 지속…합의점 찾아도 시행에 의문

SNC는 회담 참여를 결정하면서 "시리아에서 범죄자(알아사드)를 축출하기 위해 제네바 회담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반군 전체로부터 지지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SNC에 참여한 각계 대표들도 내분이 상당했다. SNC가 지난 18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회담 참여를 투표에 부친 결과 찬성 58표, 반대 14표, 기권 2표, 백지 1표 등으로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특히 SNC의 주요 단체인 시리아국민위원회(Syrian National Council)는 SNC에서 탈퇴한다고 밝혔다.

시리아국민위원회는 이번 회담 참가가 알아사드 대통령이 물러나기 전에는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는 자신들의 약속에 위배된다면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SNC를 지지한 반군은 자유시리아군(FSA)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며 최근 최대 반군 그룹으로 부상한 이슬람전선을 비롯해 알카에다 연계 반군은 이번 회담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영국 군사정보회사 'IHS 제인스'가 지난해 9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반군은 10만여명이며 절반 정도가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이거나 강경 이슬람주의자인 반면 세속주의를 표방하는 FSA는 한때 병력이 7만~15만명으로 추정됐으나 4만명으로 크게 줄었다.

SNC가 시리아 정부와 어떤 합의를 이루더라도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반군들이 이를 지키지 않고 무력항쟁을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알아사드 대통령 역시 이번 회담의 합의 사항은 시리아 국민투표를 통과해야 의미가 있다고 주장해 실제 이행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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