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경제에 대해 전 세계에서 모인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경제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낙관적인 전망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냈다.
심지어 한 글로벌 기업의 CEO는 유럽 경제가 이제 신흥국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의 크리스토프 드 마르제리 회장은 한 토론회에서 "내 말을 도발적으로 여기지 말아 달라. 유럽은 이제 신흥국으로 재분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르제리 회장은 "유럽 대륙은 고실업률과 저성장이라는 쌍둥이 악마를 극복하기 위해 경제정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 분데스방크(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한 악셀 베버 스위스 UBS 은행그룹 회장은 "유로존 경제의 회복세에 흥분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복세를 잘 들여다보면 그것은 활기가 없고, 고르지 않으며,생산성을 높이거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베버 회장은 "거리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틀림없이 실업 문제라고 답할 것"이라고 말하고 "높은 실업률이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반(反)EU 정당들의 약진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버드 대학의 켄 로고프 교수는 "유럽의 청년 실업률 실태는 놀라울 정도"라고 말하고 "스페인 젊은이 두명 중 한명이 실업 상태인 것은 거의 한 세대를 잃는 것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유럽 단일통화인 유로화를 도입한 것은 "거대한 역사적 실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로고프 교수는 유로존 경제가 지난해 다보스 포럼 당시보다는 안정돼 있다고 인정하면서 "아무도 유로존 해체를 언급하지 않는 것은 꽤 큰 정치적 업적이다. 유럽은 그럴만한 신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유로존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은 사상 최고에 근접하는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함에 따라 경기 회복세가 아직 고용시장 여건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작년 11월 유로존 실업률은 12.1%를 기록했다. 또한 25세 이하 청년 실업률은 24.2%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며 청년실업자 수는 358만명에 달해 청년 실업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
남유럽 위기 국가인 그리스(27.4%)와 스페인(26.7%)의 실업률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그리스의 청년 실업률은 60%를 넘고 스페인도 56%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