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바꿔주마" 대출 정보로 수억대 보이스피싱

대출자들의 개인 정보를 빼낸 뒤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겠다"고 속여 수억원을 뜯어낸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국내 인출책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김모(40) 씨 등 9명을 구속하고 정모(20) 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김 씨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 수백명으로부터 받은 95억 원 상당을 인출해 총책이 정해준 계좌로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그 대가로 인출액의 1.5%를 수수료로 받아 1명당 적게는 300만 원에서 최대 1500만 원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 등은 또 중국 조직으로부터 건네 받은 피해자들의 현금카드를 이용해 직접 계좌에서 돈을 빼내기도 했다.

조사결과, 이들을 고용한 중국 조직원들은 시중 은행 직원을 사칭해 "지금 사용하고 있는 고금리 대출을 5%대 저금리로 바꿔주겠다"고 전화를 걸어 피해자들을 유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기단이 실제로 제2금융권 대출 상품을 이용 중인 사람들만 골라 전화를 거는 등 피해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정황도 포착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 씨 등은 경찰조사에서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에 고액 아르바이트로 올라온 '도박사이트 환전 업무' 광고를 보고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는 당사자를 직접 만나서 근무시간이나 근무여건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이들의 추가 범행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는 한편, 이들을 고용한 중국 조직의 행방을 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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