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톨릭 사제 성폭력 범죄 사례 공개 여파 일파만파

미국 가톨릭 교회 지도부가 아동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사제를 징계하는 대신 소속 교구를 옮기거나 직무를 변경함으로써 더 많은 피해자를 발생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2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세번째로 큰 가톨릭 교구인 시카고 대교구가 사제들의 성폭력 범죄를 은폐하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교회 차원의 조치를 취해온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시카고 대교구가 지난 15일 성폭력 혐의를 받고 있는 사제 30명의 신원과 혐의 내용을 담은 총 6천 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이 문서들은 21일부터 일반에 공개됐다.

이 가운데는 아동 성폭력 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은 세인트 에드나 성당의 로버트 메이어 신부의 이야기가 포함돼 있다. 메이어 신부는 1982년부터 예배를 돕는 소년들을 성추행했으며 10대들에게 술과 포르노그라피를 권하고 사제관에 옷을 모두 벗은 채로 나타나는 등 성직자로서 믿기 어려운 행태를 보였다.

그러나 교회 지도부는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메이어 신부의 근무지를 옮겨주었으며 결국 2명의 청소년이 메이어 신부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자살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다.


교회 지도부뿐 아니라 경찰도 성직자의 아동 성폭행 문제를 들추는 것을 꺼려온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10대 소년 2명을 성폭행한 혐의가 드러난 세인트 아가사 성당의 대니얼 맥코맥 전 신부를 2005년 8월 체포했다가 교구 지도부의 전화를 받고 곧 석방했다"고 밝혔다. 맥코맥 신부는 2006년 1월 또 다른 10세 소년을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현지 언론은 "이같은 증거들은 가톨릭 교회 지도부가 사제 성폭력 문제에 어떻게 잘못 대처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맥코맥 사건은 시카고 대교구를 비롯한 미국 가톨릭계에 개혁과 개방의 바람을 몰고왔고 책임론을 대두시켰다. 교회는 외부 감사를 영입하고 경찰과 아동복지 기관에 보고 시스템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이번 공개는 피해자 공동변호인단과 교구 측이 지난 8년동안 펼쳐온 공방의 결과물이다. 시카고 대교구장인 프랜시스 조지(77) 추기경은 지난주 사제 성폭력 스캔들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교회 내부 문건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시카고 대교구는 부동산 매각,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지난 25년 동안 피해자 측에 위로금 1억 달러(약 1천70억원)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