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교섭단체 폐지 검토…기득권 내려놓나?

교섭단체, 기득권 누리며 양당독점체제 강화

민주당이 국회 기득권을 내려놓는 차원에서 원내 교섭단체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교섭단체는 소속 정당 의원 20인 이상으로 구성된 집단으로, 현재 155석을 가진 새누리당과 126석의 민주당이 각각 19대 국회 교섭단체에 해당된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측과 정치혁신 경쟁을 벌이는 민주당으로선 기득권 포기를 통해 6·4 지방선거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구상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안철수 신당'의 원내 협상력을 높여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정치혁신실행위원회 위원장인 이종걸 의원은 25일 CBS와의 통화에서 "교섭단체 폐지는 양대 정당의 과도한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하자는 것"이라며 "혁신위 내부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쳤고 조만간 김한길 대표에게도 보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혁신위 부위원장인 이상민 의원도 "교섭단체는 국회 운영을 원활히 하기 위한 기능적인 제도인데 이것이 오히려 양대 정당의 독과점을 유지시키고, 소수당이나 무소속 의원들을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현행 국회법상 원내 교섭단체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상임위 일정 등 주요한 의사일정이 교섭단체 간 합의를 통해서만 결정되고, 본회의 연설이나 발언 기회도 교섭단체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새해 예산안을 심사하거나 국정감사, 청문회 등 주요 일정을 잡을 때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에만 시선이 쏠리는 이유도 양대 정당이 의사일정을 결정하는 교섭단체이기 때문이다.

특히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은 국고보조금 총액의 50%를 우선적으로 균등하게 배분 받는 막대한 특권을 누린다. 비교섭단체가 국고보조금 총액의 2~5%씩을 배분 받는 것과는 재정 규모에서부터 확연한 차이가 나는 것이다. 또 교섭단체는 1~4급 상당의 별정직 공무원으로 구성된 정책연구위원 67명을 소속 의원 수에 따라 배정 받을 수도 있다.

이상민 의원은 "이런 것들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양대 독과점 구도를 뒷받침 하는 제도들"이라며 "엄격한 교섭단체 구성 요건 때문에 소수정당이나 무소속 의원들의 의정활동이 제한되고, 오히려 국회 파행의 원인으로 작용하기까지 한다"고 설명했다.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의 심상정 원내대표도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양대 정당을 겨냥해 "국회 내 정치적 갑을관계 청산 없이 경제적 갑을관계 청산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느냐"며 "교섭단체 제도는 사실상 위헌"이라고 교섭단체 폐지를 주장했다.

민주당에서는 당 사무총장을 지낸 박기춘 의원이 거대 정당의 독점 현상을 우려하며 지난해 5월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10인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교섭단체 폐지 요구는 사실 해묵은 논쟁이다. 1949년 교섭단체 구성 요건(20인 이상)이 처음 생긴 이후 1963년 요건이 완화(10인 이상)됐다가 유신헌법 당시 20인으로 다시 상향 조정됐다. 2004년 민주노동당이 구성 요건 완화를, 2005년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교섭단체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으나,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반대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다.

이번에 민주당 혁신위가 정치혁신 승부수로 띄운 교섭단체 폐지 요구가 현실화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당내 반발은 물론 과반 정당인 새누리당의 반대를 뛰어넘지 않고선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다음달 초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부정부패비리 단체장 후보를 공천에서 배제하는 등 공천개혁을 비롯한 정치혁신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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