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에서 돌 밟은 게 내 탓?

한국도로공사…보상은 ‘외면’, 적재불량 차량 단속은 '소극적' 비난

자료사진
경기도 시흥에 살고 있는 김영래(39) 씨는 최근 고속도로순찰대로부터 황당한 고지서를 받았다. 지난달 14일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 사고의 가해 차량이니 출석하라는 통보였다.

어처구니가 없어 담당 경찰관에 확인해 본 결과, 고속도로 주행 중 밟은 돌멩이가 옆 차량의 앞 유리창을 파손시켰다는 것.

김 씨는 "그때 당시엔 뭘 밟았는지조차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를 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며 "내가 돌멩이를 떨어뜨린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책임을 져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피해 차량에 인명 피해가 없었으니 망정이지 인명 피해까지 있었다면 나도 모르게 살인자가 될 뻔 했다"며 "도로를 관리하는 측이 이런 억울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철저히 관리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김 씨가 고속도로 관리 의무가 있는 한국도로공사로부터 받은 보상금은 '0' 원. 공사로부터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김 씨 스스로 공사의 고속도로 관리 의무 소홀에 대한 증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불법낙하물 사고 피해 청구 늘지만…보상은 어려워

20일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최근 3년간 불법낙하물로 인한 사고 피해 청구액 16억5,100여만원 중 1.32%에 해당하는 2,100여만원을 보상해 주는 데 그쳤다.

이에 한국도로공사가 사고 보상은 외면하면서 불법낙하물의 주범인 적재불량 차량 단속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적재불량 차량 단속은 한국도로공사와 경찰이 합동으로 벌이고 있다.

한국도로공사가 CCTV나 순찰을 통해 적발한 차량을 경찰에 고발하면, 경찰이 과태료를 부과하는 형태다.

때문에 한국도로공사가 톨게이트 등 고속도로 진입로에 적재불량 단속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는 있지만, 지나치는 차량을 제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단속하지만…적재불량 차량 버젓이 고속도로 진입

문제는 이처럼 적재불량 차량에 대한 단속이 예방이 아닌 사후 조치 차원에 머물러 있어 사고가 줄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최근 3년간 불법낙하물에 의한 사고는 2010년 41건, 2011년 33건, 2012년 44건 등 118건에 이른다.

하지만 도로공사측은 적재불량 차량 단속 권한은 경찰에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단속을 펼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적재불량 차량 단속은 엄밀히 말하면 경찰청의 소관이지 도로공사의 소관이 아니다"라며 "사고가 자주 발생함에 따라 고객지원 차원에서 단속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후 조치 아닌, 예방 차원 단속 필요

이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고속도로 관리의 1차적 책임이 있는 도로공사의 적재불량 차량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을 주문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화물처리 방식의 선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관영 의원은 "낙하물이 떨어질 개연성이 있는 차량은 아예 도로 진입을 제한하는 등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법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도로교통연구원 박제진 책임연구원은 "현재 우리나라 적재불량 단속 방식으로는 사후조치밖에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운전자들의 애꿎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선진국처럼 화물의 박스 처리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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