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네이처 뉴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호킹 교수는 최근 발표한 '블랙홀에서 정보 보존과 일기 예보'(Information Preservation and Weather Forecasting for Black Holes)라는 글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이런 발언을 했다.
케임브리지대 이론 우주론 연구센터장인 호킹 교수는 지난 2004년에도 이와 유사한 언급을 한 적이 있다.
호킹 교수는 "(미시 세계를 정밀하게 탐구하려면 반드시 고려해야만 하는 '양자론적 효과'를 감안하지 않은) 고전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블랙홀에서 탈출할 방법은 없다"며 "그러나 양자론적으로 따지면 블랙홀에서 에너지나 정보가 탈출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블랙홀 주변에는 '사건 지평'(event horizon) 이라는 것이 형성되며 그 안쪽으로 들어가면 중력이 너무나 강해 심지어 빛조차도 영원히 탈출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이런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인 채 양자론적 효과를 감안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 생긴다는 점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916년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은 중력에 관한 이론으로 실험과 관측에 의해 확고히 입증됐으나 양자론적 효과를 반영하지 않은 '고전적' 이론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물리학자들은 자연계의 모든 기본 힘들을 통합해 다루는 과학 이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중 가장 핵심적 과제가 '중력에 관한 양자론적 이론'을 만드는 것이다.
'양자 중력론'(quantum gravity) 또는 '양자론적 일반상대성이론'(quantum general relativity)이라고 불리는 이런 이론이 만약 수학적으로 문제가 없음이 입증되고 실험과 관측으로 검증된다면 고전적 일반상대성이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런 이론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돌파구가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다.
호킹 교수는 양자 중력론의 가능성에 대해 "올바른 접근 방법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호킹 교수의 새 논문은 약 2년 전 조지프 폴친스키 캘리포니아대(UC) 샌타바버라 교수 등이 내놓은 '블랙홀 불벽 역설'(black hole firewall paradox)이라는 사고실험(思考實驗·Gedankenexperiment)에 대한 답을 내놓으려는 시도다.
호킹 교수는 '만약 우주비행사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에 대해 지금까지 제시된 답들과 다른 '제3의 답'을 내놓았다.
고전적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우주비행사는 '사건 지평'을 통과해서 블랙홀의 중심부로 가까이 다가가다가, 결국 엄청난 중력 탓에 몸이 엿가락처럼 늘어져서 죽고, 그 몸을 구성하던 물질들은 중심부에 있는 밀도 무한대의 '특이점'(singularity point)으로 들어가 납작하게 찌부러진다.
여기서 양자론적 효과를 고려하면 사건 지평에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불벽'(firewall)이 형성되며, 이 때문에 우주비행사는 사건 지평을 통과하기 전에 순식간에 타 죽을 것이라는 답도 제시됐다. 다만 이 경우는 일반상대성이론이나 양자론의 핵심 전제를 일부 포기해야 한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호킹 교수는 이에 대해 "블랙홀 주변에 중력 붕괴로 인한 '겉보기 지평'(apparent horizon)은 존재하지만 탈출이 완전히 불가능하고 정보가 완전히 소실되는 '사건 지평'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제3의 답을 내놓았다.
이 글은 지난 22일 물리학자들과 수학자들이 학술지 게재 전에 논문을 미리 발표하는 데 자주 쓰는 사이트인 '아카이브'(www.arXiv.org)를 통해 발표됐다.
호킹 교수가 단독 저자인 이 글(http://arxiv.or1401.5761)은 아직 학술지에 게재되지 않았고, 따라서 전문가들의 동료 심사(peer review) 등 검증을 받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