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균, "18살 삼천포 연기 위해 피부과도 갔었죠"

[노컷 인터뷰]애드리브+애니메이션 탐독...앞으로 30대 멜로 하고파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삼천포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성균을 만나 보았다. 윤성호기자
tvN '응답하라 1994'가 있기 전까지 배우 김성균의 이미지는 '나쁜 놈'이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눈하나 깜짝 않고 생매장을 지시하는 박창우, 범죄자 아빠들 중에서도 가장 잔인하게 칼을 쓰던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의 동범은 김성균의 악역 이미지를 굳히게 만들었다.


하지만 김성균은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러블리(Lovely)한 매력을 뽐내며 '포블리'란 별명까지 얻게 됐다. 드라마 종영 한달 뒤 만난 김성균에게 물었다. "삼천포는 어떤 매력이 있나요?"

◈ 김성균을 통해 완성된 삼천포

대구 출신인 김성균은 연기를 하기 위해 경남 거제, 합천, 삼천포의 극단을 옮겨다니다 25살 때 상경했다.

하지만 처음 접한 서울은 드라마처럼 모든 게 낯설었다. 김성균은 "대학로 옆 한성대입구 역 인근에서 지내기로 했는데, 그 집을 못찾아서 삼천포처럼 헤맸다"며 "삼천포가 혼자 상경해서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 모습을 저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애드리브가 적극 권장(?)된 '응답하라 1994'의 특성상 김성균의 경험담이나 아이디어는 더욱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삼천포와 해태가 첫 잠자리에서 베틀을 펼친 장면은 김성균과 손호준, 두 사람의 애드리브로 완성된 것으로 유명하다.

김성균은 "감독님이 대본에 있는 연기를 다 해도 컷을 안했다"면서 "연기를 끊을 수 없으니 즉흥적으로 덧붙이면, 그게 다 방송이 됐다"고 말했다.

"처음 상경해서 엄마랑 통화하던 장면 중 마지막에 '내방 책상 세 번째 서랍에 있는 비디오테이프에 절대로 손대지 마라'는 대사도 대본에 있는 대사가 모두 끝났는데 끊질 않으셔서 애드리브로 했던 부분이에요."

CJ E&M 제공
◈ 삼천포 연기 위해? "피부과까지 갔다"

34살, 두 아이의 아빠인 김성균은 실제 나이보다 무려 16살이나 어린 18살 삼천포 역을 맡으면서 큰 부담을 느꼈다. 과연 자신이 삼천포로 보일지 걱정됐다는 것.

"감독님 제안으로 피부과에도 갔어요. 대학 신입생으로 시청자들을 설득해야하는데, 언제 깡패, 악역이 튀어나올까 조마조마했죠. 지금 다시 편안한 마음으로 삼천포를 보고 있는데 시청자 입장에서는 참 웃기는 놈이더라고요.(웃음)"

삼천포를 연기하기 전엔 부담감이 김성균을 괴롭혔다면, 이후엔 표정 연기 때문에 고민하게 됐다. 표정을 숨기지 못하면서도 따뜻한 속내를 가진 삼천포를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천포는 애 같은 면이 있어서 1차원 적인 연기를 했어요. 속상한지, 기쁜지, 우울한지, 모든 것을 다 밖으로 표출했죠. 어른이 될수록 표정을 감추게 되니까, 아이들을 많이 관찰했어요. 애니메이션도 많이 보고요."

대사에도 삼천포의 표정이 지시돼 있을 정도였다고. 김성균은 "대사가 없어도 괄호열고 '삼천포 표정, 귀엽게' 이런 식으로 표기돼 있었다"며 "반드시 해야 하니 다양한 표정을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삼천포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성균을 만나 보았다. 윤성호기자
◈ 삼천포vs인간 김성균

김성균의 실제 나이는 '응답하라 1994' 하숙생 중에서 가장 많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도 나왔다는 김성균의 아들은 벌써 4살이 됐다. 이전에는 악당만 연기했던 김성균의 어떤 면을 보고 신원호 PD는 삼천포로 캐스팅 했을까.

"잘생겼잖아요.(웃음) 영화 '박수건달'을 보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예능을 하신 분이라 그런지 캐릭터를 보는 눈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 숨겨진 매력을 끌어올려 주는 것도 탁월하시고요."

인간 김성균과 삼천포의 간극만큼 캐릭터를 준비하고 연기하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았지만, 드라마를 마친 지금 "벌써 김성균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요즘도 삼천포 모습을 보여 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5대5 가르마가 없어서 그런지 전 이제 김성균이 된 것 같아요. 그래도 그렇게 기억해주시는 분들을 통해 캐릭터에 대한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응답하라 1994'를 통해 20살의 풋풋한 멜로를 선보인 김성균은 "이제는 제 또래 멜로를 하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20살 대학생의 멜로만 아니면 어떤 종류의 멜로도 괜찮다"며 "여배우도 누가 됐든 상관없다"고 멜로에 대한 강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따뜻한 사람 냄새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며 "마음에 끌리는 걸 하고 싶어서 더 많이 읽어보고 있다"고 밝혔다.

"저는 요란할 거 없는 일개 배우에요. 어떤 역할을 해서 이슈가 되거나 요란법석을 떠는 배우가 아니라 그 나이에 어울리는 연기를 하고, 캐릭터와 함께 늙어가는 성실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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