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의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민카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계속 반복되는 것은 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이라며 관련 제도 정비를 촉구하고 나섰다.
또 정부가 22일 내놓은 종합대책에 대해 "실효성 있는 피해구제 방안은 없다"면서 "결국 개인정보를 유출한 카드사들에게 과징금도 없고, 피해 사실은 소비자들이 직접 입증해야 한다는 요지"라고 비판했다.
특히 금융당국이 "2차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으며 사태를 축소하기에만 급급하다며, 카드사를 압박할 강도 높은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지난 주에 정무위원회가 열려 현안 질의를 해본 결과, 전체적으로 금융 당국 수장들은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모른다"고 질타했다.
또 "이번에는 사상 초유의 규모로 정보가 유출됐지만, 이전에도 비일비재했던 사고"라면서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도 같은 금융회사 처벌 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개인정보가 유출돼도 개별적으로 손해를 입증하고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면 시민이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
따라서 대표자만 소송을 진행하고도 피해자들 모두가 구제받는 선진국 방식의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돼야 금융당국및 금융회사들이 경각심을 갖는다는 얘기다.
민생연대 이선근 대표는 "이번 사태는 신용카드활성화 대책 이후 금융사들이 마음대로 개인정보와 금융정보를 거둬들이고 무분별한 카드 사용을 권장하는 것을 방치한 대가"라고 규탄했다.
에듀머니 박종호 본부장은 "카드 하나당 각종 제휴카드 100여 곳에 활용되는 현실"이라면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금융정의연대 이광철 대표는 "현행 법령으로는 정보를 유출한 직원들만 처벌받는다"면서 "이들을 포괄적으로 관리, 감독했어야 할 금융당국이나 카드사들에 대한 처벌 제도는 매우 허술한 형편"이라고도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 직후 신용카드를 가위로 절단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한편, 재발방지 대책 마련 촉구 및 신용카드 불매 운동을 진행할 계획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