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앞둔 직장인들은 안 그래도 얇은 지갑 사정 속에 해마다 치솟는 명절 세뱃돈과 부모님 용돈 걱정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직장인 김민구(43)씨는 올해 설이 그리 달갑지 않다.
조카 5명에게 줄 세뱃돈이 2~3년 전에 비해 족히 2배로 뛰었기 때문.
명절 때마다 나이에 따라 1만 원에서 많아야 3만원 씩 용돈을 주곤 했는데, 5만원 권이 일상화된 요즘에는 왠지 모를 부담으로 다가온다.
김씨는 "다른 친척들도 다들 5만원 권으로 세뱃돈을 주니깐 만 원 한 장 주기에는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매년 부모님 용돈과 각종 비용 등을 고려해 넉넉하게 현금 60만원 가량을 찾았는데 요즘은 사실상 두 배는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5만원 권이 등장하면서 높아진 아이들의 기대감도 무시 못할 부분이다.
김미선(16)양은 "세뱃돈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긴 하지만, 이왕이면 제일 큰돈인 5만원을 받으면 제일 기분 좋다"며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 같으면 만원 권 한 장으로도 세뱃돈 생색을 내기 충분했지만, 요즘은 아이들이나 친척 눈치를 보느라 최소 2~3만 원, 5만원 권을 건네야 한다는 푸념이 설을 앞둔 직장인 사이에 쉼 없이 쏟아지고 있다.
부모님이나 친척 어르신을 위한 용돈 역시 만원 권이 지닌 예전 부피감만 못하다 보니 5만 원으로 준비한 봉투는 자연스레 액수를 늘리게 된다.
A 은행 관계자는 "올해 들어서 은행에 계속 5만원 권이 항상 모자라서 귀한 대접을 받아왔는데, 특히 명절을 앞두고는 손님들이 5만원으로 목돈을 많이 찾아가시기 때문에 신권교환의 경우 1인당 10장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제한 조치에 불만을 품고 이의를 제기하는 손님들도 가끔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5만원권이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생활상을 조금씩 변화시키면서 명절을 앞둔 직장인들은 때아닌 '세뱃돈 인플레'에 고심하는 것이 새로운 일상 풍경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