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정부-야권 권력분점 타협 불발…정국불안 여전(종합2보)

시위 규제 강화법 철회 & 체포 시위 참가자 석방엔 합의

야권의 반정부 시위가 2개월 이상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27일(현지시간)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주요 야권 지도자들이 야권의 큰 반발을 샀던 집회·시위 규제법 폐지에 합의했다.


야권 지도자들은 그러나 앞서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제안했던 총리직과 부총리직 수락은 거부했다. 불완전한 합의에 따라 정국 불안 상황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여야는 28일로 예정된 의회 비상회의에서 정국 위기 타개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 집회·시위 규제법 폐지 합의 =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야권 지도자들은 이날 키예프 시내 대통령 관저에서 시위 사태 발발 이후 네 번째 협상을 벌였다. 야권 측에선 최대 야당 '바티키프쉬나'(조국당) 대표 아르세니 야체뉵, '개혁을 위한 우크라이나 민주동맹'(UDAR) 당수 비탈리 클리치코, 극우민족주의 성향 정당 '스보보다'(자유당) 당수 올렉 탸그니복 등이 참석했다.

정부 측 인사로 협상에 참석했던 옐레나 루카슈 법무장관은 협상 뒤 대통령실 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양측이 이달 중순 제정됐던 집회·시위 규제법을 철회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여당 주도의 우크라이나 의회는 지난 16일 집회·시위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이를 어기는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처벌을 크게 강화하는 내용의 법률을 채택한 바 있다. 법률 채택은 한동안 수그러들었던 야권의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는 계기가 됐다.

대통령과 야권 지도자들은 협상에서 시위대가 현재 점거 중인 모든 관청과 도로에서 철수하면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야권 인사들의 사면을 단행한다는 데도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루카슈 장관은 전했다. 또 28일 의회 비상회의에서 니콜라이 아자로프 총리 내각 사퇴 문제도 다루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야권 지도자들, 대통령 입각 제안은 거부 = 야권 지도자들은 그러나 앞서 25일 3차 협상에서 대통령이 제안했던 총리직과 부총리직은 거부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3차 협상에서 야권과의 권력 분점 차원에서 야체뉵 당수에게 총리직을, 클리치코 당수에게는 부총리직을 제안한 바 있다.

루카슈 장관은 야체뉵 당수가 이날 협상 과정에서 총리직 수락 거부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클리치코 당수도 협상 뒤 기자들에게 "야누코비치 대통령 정부에서 일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것을 거부했다. 이는 의미 없는 일이다"고 밝혔다. 클리치코 당수는 앞서 대통령의 제안을 시위 지도부를 이간질하려는 '불쾌한 제안'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투옥 중인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도 이날 바티키프쉬나 정당 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대통령의 제안을 "굴욕적인 조건"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004년 '오렌지 혁명'을 이끈 야권 지도자인 티모셴코 전 총리는 "굴욕적인 조건을 절대 받아들이지 말 것을 야권 지도자들에게 요청한다"며 "모든 우크라이나 국민은 멈추지 말고 전진하며 정권에 맞서 약해지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 중재 나선 EU = 우크라이나 정부와 야권이 정국 위기 타개를 위한 타협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의 중재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예정된 일정을 이틀 앞당겨 28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기로 했다.

애슈턴 대표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EU 지도자들 간 정상회담에 참석한 뒤 곧바로 우크라이나로 출발, 29일까지 머물며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야권 지도자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대변인실은 전했다.

지난해 11월 말 EU와의 협력협정 체결 협상을 중단한 정부 조치에 반발하며 시작된 우크라이나 야권의 반정부 시위는 한동안 진정 기미를 보였으나 이달 중순 의회의 집회·시위 규제법 채택으로 다시 격화했다. 최근엔 시위대와 경찰 간 무력 충돌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3명과 경찰관 1명(공식 통계)이 숨지는 유혈 사태가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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