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날 일본이 해당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다. 눈에 띄는 것은 '독도는 우리 땅' 식의 언급보다, 일본의 '역사 인식'에 대한 지적이 많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가 독도를 실효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땅이라는 명확한 사실을 굳이 되풀이하는 것 자체가 일본의 논리에 휘말리는 것"이라며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이 얼마나 반역사적인지를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도에서 역사로 전선 확대 "위안부 문제도 한뿌리"
이런 맥락에서 대변인 성명은 독도를 '일본 제국주의 침탈의 첫 희생물'이라고 소개하면서, 곧바로 "이를 후세에까지 가르치려 드는 것은 일본이 아직도 역사왜곡의 악습과 과거 제국주의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역사인식까지 나아간다.
김규현 외교부 1차관이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조지 산타나야 미국 시인의 시를 인용해 "과거를 기억할 수 없는 사람은 결국 과거를 반복할 운명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독도 등 한일 간 영토 갈등에서 국제사회는 어느 쪽 편도 들어줄 수 없는데, 이 문제가 '전쟁 범죄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이라는 프레임 안에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2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중국과 일본의 전쟁 가능성을 비치는 실언을 해 국제사회는 물론 자국 보수언론에서까지 "비참했던 역사를 예로 든 것은 적절치 않다", "전쟁을 하겠다는 것이냐"는 식의 지적을 받았었다.
◈중국, 동남아 등 일제 만행사 공동 연구
정부는 대일 국제 공조 체제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다음 날(현지시간 29일) 1차 세계대전 백주년을 기념해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전쟁의 교훈과 영구평화 모색' 토론회에서 오준 유엔 대사가 위안부 문제를 적극 거론하기로 했다. 또 정부 차원에서 중국과 동남아 등 과거 일본 제국주의 피해를 본 국가와 공동 연구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외교부는 밝혔다.
정부의 이같은 전략은 일종의 '확신범'이라고 할 수 있는 아베 정권을 상대로 폭주를 막을 만한 실질적 정책 수단이 없다는 데 따른 것이다. 일본의 우경화 행보를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지렛대는 미국인데,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는 우리 쪽으로 미국을 움직이도록 하는 이슈다. 미국은 도쿄 재판 등 일본 패전 이후 세계질서를 재편한 국가이면서, 현재에도 위안부 문제 등에 있어서 일본 측에 지속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프레임'은 미국 끌어들이기에도 유효
정부 당국자는 "일본이 군국주의의 야욕을 계속해서 드러내고 있는 만큼, 동북아 평화를 본격 위협하지 않도록 제어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이 받고 있을 것"이라면서 "미국이 일본을 완전히 제압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수위를 조절시킬 필요성은 분명히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는 이날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는 한국에 불법 점거돼 일본 정부가 항의하고 있다"는 정부 입장을 중고교 교과서 제작과 교사의 지침이 되는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반영하기로 공식 결정해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