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자양동에 있는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언론시사를 통해 첫 공개된 관능의 법칙은 세대를 아우르는 웃음 코드와 '저럴 수도 있지'라는 현실과 맞닿은 에피소드로 폭넓은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모습이었다.
이날 언론시사 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는 관능의 법칙을 연출한 권칠인 감독을 비롯해 연하 남자와 달콤한 로맨스를 즐기는 케이블채널 예능국 PD 신혜로 분한 엄정화, 아들을 유학 보내고 제2의 신혼을 즐기는 도발적인 주부 미연을 연기한 문소리, 딸을 시집 보내고 남자친구와 로맨스를 즐길 기대에 부푼 싱글맘 해영 역을 맡은 조민수가 무대에 올라 영화 이야기를 들려 줬다.
권칠인 감독은 "40대 여성도 욕망과 자기 본능이 있다는 입장을 갖고 접근했고, 실제로도 그렇다고 봤다"며 "언론시사에 앞서 몇 차례 관객 반응을 살펴 봤는데, 20대의 호응도가 30, 40대보다 오히려 높았고, 남성의 반응도 뜨거웠다. 분석해 볼 만한 반응"이라고 전했다.
조민수도 "극중 인물들의 삶이 20대 여성의 그것만큼 뜨겁게 다가올 수도 있을 텐데, 실제 40대 여성들의 삶도 그렇다"며 "다만 세월을 먹으면서 그 세월 만큼 살고 있을 뿐인데 이 영화는 이 점을 잘 표현했다"고 말했다.
40대 여성의 삶을 솔직하게 담다 보니, 이 영화는 베드신이나 성적 농담의 수위도 꽤 높다.
엄정화는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성을 솔직하게 담은 신이 필요하다고 봤고 감독님, 배우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보기에 심하지 않은 선에서 촬영을 진행했다"고 했다.
문소리는 "한국 사회는 여배우가 베드신을 찍는 것을 부담스럽게 만드는 분위기인데, 연탄을 배달하면서 손에 검댕을 안 묻힐 수 없지 않나"라며 "배우로서 짊어지고 가야 할 숙명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40대 여배우 셋이 뭉친 데 따른 시너지 효과도 있었다.
조민수는 "감독님이 현장에서 '마음껏 해 보라'고 했는데, 대본에 있는 것 외 다른 것을 할 때는 상대와의 호흡을 더욱 신경쓰고 배려해야 하기에 불편하기 마련"이라며 "하지만 다들 베테랑이어서 두세 번 만나 함께 하면서 줄 때 주고, 먹을 때 먹는 융통성이 생겨 갈수록 연기 호흡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엄정화는 "내가 준비됐더라도 상대가 준비 안 되면 긴장을 하게 되는데, 조민수 선배는 항상 상대 감정까지 끌어올려 줬다"며 "셋이 모이면 공백을 모두 메울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감사하게 촬영했다"고 했다.
문소리는 "셋이 함께하는 신을 찍기 전날에는 항상 마음이 편했다"며 "분위기가 따뜻하고 편한 빵집에서 극중 셋이 자주 만났는데 연기 호흡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 영화는 세 인물이 각자 살아가는 삶을 옴니버스 영화 형태로 보여 주다가, 이들이 함께 모여 서로를 위로하고 다독이는 장면을 통해 통일성을 가져간다.
권 감독은 "전작 '뜨거운 것이 좋아'(2007)에서도 엄마, 딸, 이모라는 세 여자의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그때보다 쉽게 감각적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며 "세 인물에게는 각자의 입장을 반영한 욕망이 있고, 그 바탕에는 친구라는 공통된 매개가 있었기에 공감이 쉬웠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세상이 어렵기 때문인지 영화도 자극적인 소재가 범람하고 양극화를 걱정하기도 하는데, 이번 영화가 잘 돼 연기 잘하고 예쁜 이 배우들을 10년 뒤에도 만날 수 있는 환경과 시장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며 "우리 영화는 표준근계약서(최저임금 이상 급여·추가근로수당 지급, 4대 보험 보장)에 따라 만들어진 만큼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했으면 하고, 엄마와 딸, 부부, 친구들처럼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사람들이 우리 영화를 보면서 함께한 시간을 떠올려 보고, 앞으로 살아갈 시간을 생각해 볼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