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실적 빨간불, 올해가 더 큰 문제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이 20% 가까이 떨어지고 현대차도 매출액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하는 등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의 실적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세계시장에서 우리 제품과 경쟁하는 엔화의 가치는 떨어지는데 우리돈의 가치는 높기 때문이었는데 문제는 올해 이런 추세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24일 내놓은 실적을 보면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8조 3,100억원으로 직전 분기인 2013년 3분기보다 18.23% 떨어졌다.

연간으로는 매출액 228조 6,900억원에 영업이익 36조 7,900억원으로 사상 최대실적을 거뒀다고 하지만 4분기 영업익이 추락하면서 불안감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 급락은 무선사업부의 이익감소와 함께 1회성 비용인 성과급과 환율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함께 우리경제를 떠받치는 양대산맥인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 87조 3,076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3.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조 3,155억원으로 1.5% 감소했다.

내수경기 부진속에 엔화에 비해 불리하게 작용한 환율여건에 국내 공장의 생산차질 등 대내외 여건의 불리함이 실적 부진의 이유이다.

동생인 기아차도 매출은 47조 5,979억원으로 전년 대비 0.8% 증가하면서 겨우 증가세를 지키기는 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8% 감소한 3조 1,771억원을 기록하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원화절상에 따른 매출원가율 증가 등이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나 기아차나 할 것 없이 세계시장에서 일본차와 경쟁할 수 밖에 없는데 일본차가 엔저를 통한 차량가격 인하로 시장을 잠식하는 반면 우리 차회사들은 원화강세로 가격을 내리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대 모비스가 영업이익 2조 9,244억원으로 전년대비 0.5% 상승하면서 현대차 그룹 3형제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익 감소를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매출액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영업이익율은 1년전보다 0.89% 포인트 줄어드는 등 수익성은 악화됐다.

LG전자의 매출액은 58조 1,404억원으로 전년 대비 5%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조 2,847억원으로 6% 늘었지만 주력인 스마트폰의 적자는 4분기에도 이어졌다.

LG화학도 매출 23조 1,436억원으로 전년대비 0.5%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1조 7,430억원으로 8.8% 줄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가 매출 14조 1,651억원으로 전년도보다 39.4%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3조 3,798억원으로 깜짝 실적을 기록하긴 했지만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의 실적은 부진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엘지경제연구원 기업재무팀 이한득 연구위원은 "일부 실적이 개선된 기업도 있지만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의 실적은 시장 기대에 못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지난해 중후반만 해도 기대가 일부 존재하긴 했지만 환율여건과 경기상황때문에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시장에서 우리 경쟁하는 일본 엔화가치가 떨어져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반면 원화가치는 올라 가격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올해 더 강해진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오정근 박사는 "올해 엔화는 더 떨어지는 반면 원화는 올라 기업수익성은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일본정부가 정책적으로 엔저를 유지하면서 세계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가격을 내려도 손해가 없지만 우리나라는 원화강세여서 값을 올려야 하는데 그럴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정부는 올 4월 소비세를 인상하면서 소비진작을 위해 임금을 올리도록 기업들을 지도하면서 여기서 발생하는 손실을 엔저로 지켜주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실적호전을 틈타 신규투자에 나서는 반면 우리 기업들은 실적 부진으로 투자에 나설 여력이 없어 장기적인 경쟁력도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일본은 흑자에도 불구하고 엔저 기조를 지키는 반면 우리는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에 생기는 불황형 흑자로 원고를 유지할 수 밖에 없어 올해 주요 대기업 실적 신호등은 더욱 빨갛게 보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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