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업계는 2009년 영화 '아바타' 개봉 이후 세계적인 '3D 열풍' 속에서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대감에 들떴다.
인체공학적인 설계, 독특한 디자인 등 국내 안경업계는 품질면에서 비교우위의 경쟁력을 지녔다.
이전에도 3D 안경이 만들어졌지만 장시간 영화를 보는 관객이 불편을 겪어 '3D 안경도 안경업체가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으로 이어졌다.
동서양인의 얼굴 형태가 다른데다 안경의 무게가 주는 통증 등 과학적인 디자인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이다.
삼성, LG 등 3D 시장의 선두에 선 국내 가전업계가 대구에서 3D 안경을 납품받았고,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들도 대구를 찾았다.
이 때문에 국내 안경업계의 수출실적은 급증했다.
3D 안경이 포함된 '기타 안경'의 수출은 2009년 794만여 달러에서 2010년 1억1천335만여 달러로 14배의 급상승세를 보였고, 2011년에는 1억6천331만여 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2010년의 경우 안경 관련 제품 수출액 2억3천117만 달러의 절반을 차지했고 2011년에는 78.4%나 됐다.
덕분에 2000년(2억1천341만 달러) 이후 1억달러까지 떨어졌던 안경 관련 제품 수출실적은 10년 만에 다시 2억달러를 넘었다.
그러나 '3D 붐'은 콘텐츠 부족으로 이내 시들해졌다.
국내 안경업계가 가진 디자인의 경쟁력 또한 중국의 가격경쟁력에 밀렸다.
3D 안경을 진짜 안경처럼 만들었던 국내업체들은 비슷하게 만들어진 중국 제품과의 '단가 싸움'에서 이길 수가 없었다.
국내 대기업들도 이미 거래처를 중국으로 옮겼다.
이 때문에 2012년 기타 안경 품목의 수출은 5천189만 달러에 그쳤고, 지난해 2천789만 달러로 추락했다.
안경 관련 제품 수출도 2012년 1억8천783만 달러, 지난해 1억7천301만 달러 등으로 덩달아 감소했다.
한국안경산업지원센터 기획경영팀 황현동씨는 "초창기에는 품질이 크게 작용했지만, 품질이 어느 정도 평준화된데다 3D 안경이 소장용이 아닌 소모품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중국 제품에 밀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