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단청장' 자격증 빌려주고 '뒷돈'…가족까지 동원

문화재 수리업체들, 기술자 보유조건 갖추기 위해 자격증만 대여받아

문화재 보수 건설업체에 자격증을 빌려주고 돈을 받은 문화재 수리 기술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숭례문 공사에 참여한 중요무형문화재 단청장 보유자는 가족까지 동원해 뒷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문화재 수리업체로부터 금품을 받고 자격증을 대여한 혐의로 단청장 홍창원(58) 씨 등 문화재 수리 기술자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홍 씨는 전북 군산의 한 문화재 수리업체로부터 선불금 1500만원 및 매달 110만원을 받고 단청 기술자 자격증을 빌려주는 등 지난 2010년 2월부터 최근까지 총 3개 업체에 자격증을 대여하는 대가로 모두 378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홍 씨는 우리나라에 단 2명밖에 없는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기능보유자로, 부실 복구 논란을 빚은 숭례문 공사에서도 단청 작업을 총괄했다.

입건 대상에는 홍 씨의 부인과 딸, 전 문화재청 과장, 문화재수리자격시험 출제위원, 대학교수 등 문화재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들은 적게는 1100만원에서 많게는 3500만원을 받는 대가로 단청ㆍ조경 및 보수기술자 자격증을 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또 기술자들에게 자격증을 대여받은 보수 건설업체 대표 19명과 법인 19곳도 함께 입건했다.

경찰조사 결과 문화재 수리업체들은 문화재 보수 기술자 1명, 단청 기술자 1명 등 기술자 4명을 보유해야 한다는 등록 조건을 갖추기 위해 기술자들에게 돈을 주고 자격증을 대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기술자들은 임금이 높은 데다 현장 경험이 부족한 편이어서 업체들이 자격증만 빌린 뒤 임금이 낮고 경험이 많은 인부들을 공사현장에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업체들이 이 같은 자격증 대여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질이 떨어지는 원재료를 사용하는 등 숭례문 복구 공사처럼 부실공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다른 업체를 상대로도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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