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원장 후보 경쟁 가열…융커 부상

메르켈 지지 천명…국민당·사회당 그룹 2파전 양상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각 정파를 대표하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후보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오는 5월 22일부터 25일까지 실시되는 유럽의회 선거는 사상 처음으로 선거 결과와 EU 행정권력의 수장인 EU 집행위원장 선출을 연계하는 직선제 효과를 가미함으로써 역대 어느 선거보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다.

1979년 유럽의회 선거가 처음 실시된 이후 8번째인 이번 선거에서는 각 정치집단별로 대표 후보를 내세우고 선거에서 승리한 정치집단의 대표 후보가 EU 집행위원장에 오르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직선제를 실현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각 정파의 '얼굴'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장 후보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장-클로드 융커 전 룩셈부르크 총리가 유럽의회 내 최대 정파인 유럽국민당 그룹(EPP)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유럽의회 내 최대 지분 보유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융커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19년간 룩셈부르크 총리를 역임하고 지난해 초까지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협의체) 의장직을 수행해온 융커 총리는 뚜렷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융커가 지난달 집행위원장 후보 경쟁에 나설 의사를 밝힌 이후 메르켈 총리가 그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잇따랐다. 그러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 메르켈 총리가 직접 융커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약속했다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야당 당수 시절 융커와 껄끄러운 인연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융커와 같은 거물이 EU 집행위원장에 오르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융커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FT의 보도는 이 같은 예상을 뒤엎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가 융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은 메르켈이 이끄는 독일 기독교민주당(기민당·CDU)이 속한 EPP가 유럽의회 선거에서 사회당 그룹(PES)에 패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PES는 일찌감치 대표 후보를 확정했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지난해 11월 사회당 그룹의 대표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독일 사민당 출신인 슐츠 의장은 EU 회원국의 32개 사회당 및 사민당과 28개 노동당의 결합체인 PES의 EU 집행위원장 후보로서 유럽의회 선거 운동을 지휘하고 있다.

유럽의회 제3의 정파인 자유민주당 그룹(ALDE)은 기 페어호프슈타트 전 당수와 올리 렌 EU 경제담당 집행위원 간 2파전 양상을 보였지만 지난달 21일 페어호프슈타트로 후보를 단일화하기로 합의했다.

렌 위원은 EU 집행위에서 경제 관련 분야를 다시 맡거나 외교분야로 진출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분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민주당 그룹은 양대 정파인 국민당 그룹 및 사회당 그룹 사이에서 연정협상을 통해 '캐스팅보트'를 쥘 수도 있어 선거 이후 역할이 주목된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양대 정파 간 박빙의 결과가 나올 경우 집행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연정협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유민주당 그룹은 이달 말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대표 후보를 선출한다.

국민당 그룹은 조기에 후보를 확정할 경우 현 조제 마누엘 바호주 집행위원장의 '레임덕'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오는 3월 6일 더블린 전당대회에서 대표 후보를 공식 선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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