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예방 위한 체계적 프로그램 마련해야"

[인터뷰] 정지향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

이대목동병원 정지향 교수는 "치매 고위험군인 경도인지장애를 방치할 경우 대부분 치매로 넘어간다"면서 "체계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예방 프로그램을 마련해 이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제공=이대목동병원

"지금까지 우리사회가 치매를 조기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매달려왔다면 이제부턴 예방에 힘을 쏟을 차례입니다."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정지향 교수는 치매의 해법을 묻는 질문에 "치매 보호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부족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60세 이상에 대한 조기검진 실시와 치매치료비 지원, 노인요양보험 도입 등으로 진단과 치료에서는 앞서 있는 반면 환자들을 돌보는 가족들이 얼마나 고통 받고 힘든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환자가 왜 이렇게 나빠졌는지, 병세가 앞으로 계속 나빠질 것인지, 환자가 더 나빠지기 전에 보호자들은 과연 무엇을 해야 되는지 등에 대해 의학적으로 체계적으로 설명해줘야 하는데,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치매 상담에 대한 의료보험 수가 인정이 안되고 있어 의사들도 환자와 가족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상담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정 교수는 최근 발생한 연예인 가족의 비극과 관련해서도 "환자의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대소변을 못 가리는 등 증상에 있을 경우 이를 의학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치매 가족의 경우 누군가에게 자신의 고민과 어려움을 털어놓고 과학적으로 상담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있었다면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밝혔다.

정 교수는 "병을 초기에 진단해내고, 약을 빨리 쓰고, 환자의 이상행동들을 줄여서 '예쁜치매'로 만드는 것이 의학적 치료의 목표"라면서 "보호자들이 환자의 여러 이상행동들을 받아들이고 돌봄 과정에서 수용하는 것이 병행돼야 예쁜치매 만들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제를 달았다.

치매 가족을 돕는 것은 사회적 부담을 줄이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가족이 집에서 환자를 잘 돌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환자가 요양원 등으로 입소하는 시기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정 교수는 말했다.


보통 60세 이상에 대해 치매검사를 하면 4% 정도가 치매환자로 진단되고 20% 이상이 치매 고위험군(경도인지장애)으로 나온다. 정 교수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예방에 실패할 경우 대부분이 치매로 넘어간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되거나 치매 고위험군이 아니더라도 정상으로 나오는 어르신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이런 사람들이 치매로 넘어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도록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해야 하는데 현재 치매 관련 인력이 조기검진에 너무 매달려 있어 예방에 신경을 못 쓰고 있다는 전언이다.

영국은 이 같은 치매 예방 시스템 운영에서 앞서 있는 벤치마킹 대상이다.
영국에는 지역사회마다 뇌건강증진센터 같은 기관이 있어 50대부터 지속적인 치매 예방과 관리가 가능한 평생관리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다.

정 교수는 "영국 뇌건강증진센터에서는 노인들이 찾아오면 뇌 기능 평가를 거쳐 맞춤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도록 각종 도움을 준다"며 "우리의 치매지원센터를 영국의 뇌건강증진센터처럼 기능과 역할을 바꿔 사람들이 스스로 치매 예방 프로그램에 등록하고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이 적극적인 두뇌활동을 했을 때의 효과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인지훈련(cognitive training)을 받은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인지기능이 좋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예방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구임대주택에 사는 60세 이상에 대해 조기검진을 했더니 인지기능이 독거노인보다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어요. 또 의료보호 대상자가 의료보험 가입자보다 인지기능 검사결과가 더 나빴어요. LH, SH공사가 치매지원센터와 협약을 맺고 인지기능이 뚜렷이 떨어진 영구임대주택 노인들에게 일주일 두세 번 이상 인지건강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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