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는 15일 싱가포르 추도비에 헌화하라"

무라야마계승모임 제언…"日, 42년 싱가포르 대승 후 확전하며 현지인 학살"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참배한 아베 총리가 진심으로 일본의 침략을 인정하고 아시아의 전쟁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마음이 있다면 15일 싱가포르를 방문, 일본군에 의한 희생자 추모비에 헌화하는 것으로 증명하라."

일본 학자와 언론인 등으로 구성된 '무라야마담화 계승·발전 모임(이하 모임)'은 4일 오후 도쿄의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회견을 열어 이같이 제언했다.


모임은 일본이 태평양전쟁 초기인 1942년 싱가포르를 침공, 현지의 영국군을 항복시킨 2월15일이 1945년 일본의 패전은 물론 현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비인간적 만행의 출발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그날의 승리를 개전초기 기념비적 전과로 포장해왔지만 그 승리에 도취된 일본군이 동남아에서 무모하게 전선을 확대한 것은 결과적으로 일본의 패망을 부른 중대한 패착이 된 동시에 현지인 학살의 단초가 됐다고 모임 공동대표인 다카시마 노부요시 류큐대 명예교수가 지적했다.

싱가포르에서 정예 전력이 아닌 현지인 중심의 영국군을 상대로 거둔 승리로 자기 전력을 과신하게 된 일본군 지도부가 전선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일본 군인들은 귀환할 수 없게 됐고 이 때문에 이들이 절망감 속에 싱가포르와 말레이반도에서 중국계 현지인들을 학살했다는 것이다.

다카시마 교수는 1942년 일본의 싱가포르 점령 후 약 2주 동안 일본군에 의해 학살된 사람들을 기리는 추도 행사가 매년 2월 15일 현지에서 열린다면서 1994년 8월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총리가 참석해 헌화한 이후 일본 역대 총리와 각료가 헌화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모임의 이사장인 후지타 다카카게 시민헌법조사회 사무국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최근 국회에서 과거의 역사관련 담화를 계승한다고 답변하면서도 무라야마(村山) 담화에 명시된 '침략'과 '식민지배'는 거론하지 않은 데 대해 "아베 총리가 속으로는 '전쟁(태평양전쟁)이 잘못되지 않았다. 결국 옳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는 추측한다"고 말했다.

후지타 이사장은 그러면서 1995년 무라야마 담화에 앞서 나온 종전 50주년 국회 결의가 침략전쟁을 사죄하려는 본래 취지가 크게 퇴색된 '누더기 결의'로 변질된 채 채택됐음에도 당시 중의원 의원이던 아베 총리는 그 결의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며 표결에 불참했다고 소개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