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원격의료 先시범사업 주장, 갈길 먼 협상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관에서 열린 '2014년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 전국의사 총파업 출정식'에서 병원 영리화를 추진하는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성호기자
조건부로 총파업을 결의한 대한의사협회와 정부가 원격의료 도입과 의료기관 자법인 허용 등을 두고 본격적인 논의를 이어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는 4일 저녁 서울 충무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의료발전협의회 2차 회의를 갖고 의료계 현안에 대해 토론했다.

지난달 23일 열린 1차 회의에서 정부측 반발로 회의가 돌연 중단되는 등 파행을 겪은 것에 비하면 두번째 만남에서는 논의 주제를 좁히는 성과를 냈다.

의협은 이날 원격의료, 투자활성화 방안 등 의료계 긴급 현안을 비롯해 의료제도 및 건강보험 제도 개선 등과 관련한 구체적 논의 과제를 확정해 정부측에 제시했다.

우선, 원격의료에 대해 의협은 기본적으로 반대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구체적 시범사업안을 마련해 입법 전에 의정(醫政)간 사전 평가를 하자고 주장했다.

의협 관계자는 "원격의료의 경우 오진 가능성이 있어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입법 전에 충분한 시범사업을 통해서 검증하고 안전장치를 마련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법인이 자법인을 통해 각종 영리사업을 할 수 있게 명시한 '투자활성화 대책'은 부대사업이 환자의 편의성을 증가하는 방향으로 범위를 제한할 것을 권했다.

국회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경우 공공성이 강한 의료분야는 제외해야 한다고 의협은 주장했다.

의협이 중장기과제로 분류한 건강보험 저수가 문제 등도 의제로 다뤄지게 됐다.

의협은 '건강보험 제도개선 분야'에서 수가 결정 구조 개선, 건정심 구조 개선, 기본 진료 중심의 급여체계 개선, 심사규제 개선 등을 제시했다.

또한 의사 인력수급과 적정한 의료 제공 환경, 적정부담-적정수가-적정보장으로 이어지는 건강보험 개혁, 의약분업 재평가 등을 논의할 과제로 내놨다.

복지부는 이 자리에서 원격의료 도입과 투자활성화 대책 등의 취지를 다시 한 번 설명하면서 입법 추진 의사를 재확인했다.

정부측은 "의료계에서 꾸준히 제시해온 건보 수가 체계의 불균형, 건보 의사결정 구조, 의료 전문성 존중 방안 등도 최대한 진솔하게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원격의료에 대해 선(先)시범사업- 후(後)입법추진을 주장하는 의협과 입법을 동시에 추진하자는 정부 사이에서 의견이 여전히 엇갈려 합의점을 찾기 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와 의협은 이날 회의 직후 공동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향후 협의회의 논의가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의료이용에 대한 편의를 증진시키는 방향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앞으로 의료발전협의회를 통해 논의과제별 추진 원칙과 방향 등 대원칙에 합의하는 것을 목표로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가입자단체 및 타 이해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논의체계를 구성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도 합의했다.

의협이 총파업 돌입 시점으로 예고한 3월3일 전에 파업 여부에 대한 전회원들의 의사를 묻는 총투표가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중순까지 합의문이 도출돼야 해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의료발전협의회 3차 회의는 오는 8일 오후부터 시간제한 없이 비공개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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