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비리 스캔들' 확산…총리 연루설 속속 제기

터키 집권당을 강타한 '비리 스캔들'이 레제프 에르도안 총리가 연루됐다는 주장이 속속 나오면서 확산하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와 이슬람 사상가 페툴라 귤렌 간의 갈등에서 촉발된 이번 사태에 야당들도 공세를 강화해 정국혼란은 지방선거를 치르는 3월 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터키 일간지 자만과 휴리예트 등은 5일(현지시간)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 케말 크르츠다로울루 대표를 인용해 에르도안 총리가 언론사 인수와 관련해 거액의 뇌물 조성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크르츠다로울루 대표는 전날 당 의원총회에서 에르도안 총리의 지시에 따라 비날리 이을드름 전 교통통신부 장관은 2개월 동안 기업인 8명으로부터 6억3천만 달러(약 6천800억원)를 모았다고 주장했다.

크르츠다로울루 대표는 기업인들의 통화를 감청한 자료를 토대로 이을드름 장관이 이렇게 조성한 자금으로 친정부 성향의 기업이 일간지 사바흐와 방송사 ATV를 인수하는 데 지원했다고 폭로했다.

반정부 성향의 일간지 쇼즈쥬도 전날 기업인들과 고위 관리가 나눈 전화 통화와 대화를 감청한 검찰의 수사자료를 인용해 같은 내용의 뇌물 제공 의혹을 보도했다.

크르츠다로울루 대표는 에르도안 총리의 지시로 뇌물이 조성됐음을 보여주는 녹취록이 다양하게 존재한다면서 "국민은 터키가 어떻게 약탈당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녹취록에 등장한 기업인들이 최근 수년 동안 대형 국책사업을 수주했으며 이들이 따낸 입찰의 사업규모는 878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크르츠다로울루 대표는 지난달 29일 제기한 에르도안 총리의 아들이 1억 달러 가까이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1차 비리사건 수사의 용의자들이 착복한 돈은 850억유로에 이른다며 "세계 어느 국가에도 이런 부패가 없다. 터키는 갱단의 통치를 받고 있다"고 비난했다.

제2야당인 민족주의행동당(MHP)의 데블레트 바흐첼리 대표도 당 의원총회에서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은 이번 비리사건에 총리가 연루됐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 총리는 두 가지만 선택할 수 있다"며 "법정에 서거나 짐을 싸서 국외로 도망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독일을 방문한 에르도안 총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정의개발당(AKP)이 집권한 2002년 이후 경제적 성과를 이뤘다며 부패와 관련한 질문에 반박했다.

그는 "국가 소득은 2천300억달러에서 8천억달러로 늘었다. 부패한 정부가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겠나. 우리는 부패와 가난 등과 싸웠기 때문에 여기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3월 30일 지방선거는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국민이 우리당을 1위로 선택한다면 이 정부가 정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