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북도 용천군이 고향인 이효국(91) 할아버지는 이산가족상봉 성사 소식에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건강이 좋지 않은 할아버지는 "다시 상봉을 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뛸 듯이 기뻤다"면서 "지난해 9월에 이미 조카들에게 줄 선물까지 다 사놓았는데 상봉이 무산돼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상봉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 할아버지는 지난해 9월 호남지역에서 유일하게 이산가족상봉자 명단에 포함됐다.
그는 1945년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일어난 '반공 학생 투쟁' 때 공산당의 핍박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왔다.
그 후 68년간 부모는 물론 두 남동생의 생사조차 모른 채 지내야 했다.
지난해 상봉자 명단에 올랐을 때서야 부모와 두 남동생이 모두 세상을 떠났으며 첫째 동생 이효승(81)씨의 두 딸 명심(54)·명희(51)씨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내 김순이(79)씨는 "할아버지가 올해 나이가 91세다. 오죽 가족이 보고 싶었으면 3년 전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중국 단둥(丹東) 까지 다녀왔다"면서 "그 뒤로 건강이 악화해 거동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전날 전해진 이산가족상봉 소식에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가볍게 동네라도 돌아야 힘이 나서 북한에 갈 수 있지 않겠느냐"며 "조카들을 만나면 부모님과 동생들이 어떻게 살았고, 어디에 묻혔는지를 가장 먼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김순이 할머니도 "남편이 고향에 둔 가족이 얼마나 그리웠으면 두 딸 이름조차 이북과 이남이라고 지었다"면서 "이번에는 꼭 상봉이 취소되지 않고 성사돼 조카들에게 지난해 사놓은 선물을 전해주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