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인터넷 통제 강화법' 의회 통과

터키 의회가 6일(현지시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은 인터넷 통제를 강화한 법안을 가결처리했다.

의회는 전날 오후부터 법안 심의를 벌였으며 야당 의원들이 정부의 검열이 강화될 것이라고 거세게 반대했으나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의 찬성으로 표결 처리에서 통과됐다. 정의개발당 의석수는 전체 550석 가운데 319석이다.


논란의 대상인 법안이 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압둘라 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 주목된다.

가족사회정책부가 발의한 이 법안은 통신청(TIB) 청장이 사법 절차가 없어도 인터넷 콘텐츠의 유해성을 판단해 개인의 인터넷주소(URL)를 차단할 수 있도록 했다.

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가 데이터를 최장 2년까지 보관해야 하는 규정도 새로 도입됐다.

정부는 이 법안이 어린이와 청소년을 마약과 음란물 등 유해 매체로부터 보호하려는 취지라며 서방 국가들도 비슷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야당과 국제단체들은 언론자유 제한 등을 우려하며 반대했다.

민족주의행동당(MHP) 유수프 하라초울루 의원은 전날 법안 심의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민영 방송사인 하베르튜르크의 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방송 중인 보도에 불만을 표명하고 보도를 중단하라고 지시한 대화가 녹음된 파일을 공개하면서 정부의 언론 검열을 비난했다.

터키의 최대 재계 단체인 터키경제인연합회(TUSIAD)는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통신청 청장에 인터넷주소 차단 권한을 준 것은 권력 분립 원칙에 어긋나며 인터넷 검열이 증가할 것이라고 반대를 표명했다.

국제언론단체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와 '국경없는 기자회' 등 국제 언론단체도 이 법안이 정부의 인터넷 검열을 강화해 언론 자유가 침해된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유럽의회 마리트예 스하케 의원 역시 터키 정부의 법안은 EU의 법치주의와 언론 자유 원칙에 어긋난다며 EU 집행위원회가 법안 개정에 반대하는 강력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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