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당시부터 자질 논란이 일었지만 국내에 몇 안되는 여성 해양전문가라는 이력을 앞세워 우여곡절 끝에 장관 자리에 올랐지만 끝내 높디 높은 관료 행정의 벽을 넘지 못했다.
업무적으로는 프로페셔널이었지만 한국 사회에서 필요악으로 여기는 정무적 감각은 아마추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295일 만에 내려온 장관 자리...누굴 탓하랴?
윤진숙 전 장관은 지난해 4월17일 해양수산부 장관에 취임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엉퉁한 답변과 실없는 웃음으로, 청문회를 지켜보던 국민은 물론 해양수산부 직원들의 마음을 조리게 만들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를 바탕으로 장관직에 올랐다.
장관에 취임해서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해양연구본부장 출신답게 북극항로를 개척하고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 건설에 나서는 등 업무적으로는 프로 다운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정무적 감각은 아마추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번 여수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해서도 국회 답변 과정에서 "1차 피해자는 GS칼텍스이고 어민은 2차 피해자"라고 말하는 등 결코 속내를 숨기지 않는 발언을 쏟아냈다.
정치인처럼 이른바 하얀 거짓말을 하지 못했다.
◈ 아마추어 장관 vs 프로 행정 관료
윤진숙 전 장관은 해양연구원 출신이다. 해양수산부의 지휘를 받아 국책연구 업무를 수행하던 연구원 출신으로 처음부터 장관직이 부담이 됐을 수도 있다.
지난해 4월 윤 전 장관이 취임할 당시 해수부의 한 공무원은 이런 말을 했다.
"해양수산개발원의 본부장이었지만 해수부 사무관이 만나 주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장관으로 모셔야 하는 처지가 됐다" 며 "조직 장악이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더구나 해양수산부는 5년만에 부활돼 직원들의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했지만 윤 전 장관에게는 힘에 부치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번 해임 사태를 지켜 본 해수부의 한 간부 공무원은 "업무뿐만 아니라 정무적으로 프로페셔널 장관이 필요했지만 윤 전 장관은 아마추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또다른 공무원은 "프로와 아마추어가 시합을 하면 누가 이기겠냐"며 "시합을 주선한 주최측의 잘못도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