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야권지도자 "공포 분위기에 대선 불출마"

이집트 야권 지도자 압델 모네임 아불 포투가 이집트 당국의 공포 분위기 조성으로 오는 4월 중순 치러질 예정인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집트 야당 '강한 이집트당'을 이끌고 있는 포투는 9일(현지시간) 카이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당은 다가올 대선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현지 언론이 10일 보도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 선거에 진정으로 참여하고 싶지만 현 당국의 억압 행위는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민을 속이려고 하고 공포 체제가 확산하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마음에 거리낌 없이 선거에 참가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유력한 좌파 정치인 함딘 사바히가 대선 출마를 가장 먼저 발표한 다음 날 이뤄졌다.

사바히는 지난 8일 "대통령 선거전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며 "혁명은 민주적인 권력으로 귀결돼야 하고 테러리즘에 반대하는 후보를 세워야 한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이집트 범야권 그룹 구국전선(NSF)을 이끌었던 사바히는 이슬람주의 통치를 모두 반대하는 자유주의자, 좌파, 세속주의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으며 2012년 6월 대선에서 3번째로 많은 득표를 얻었다.

그러나 사바히가 군부 최고 실세인 압델 파타 엘시시 원수와 사전에 교감을 나눈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출마 선언이 궁극적으로는 엘시시의 대통령 당선을 도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슬람 온건 성향의 포투는 2012년 대선 당시 이슬람 세력은 물론 자유·진보주의자들의 지지를 받으며 유력한 후보로 꼽혔으나 투표 결과 전체 후보 중에서 4위를 차지했다. 당시 대선에서는 이집트 최대 이슬람 조직 무슬림형제단을 기반으로 무함마드 무르시가 당선됐다.

포투가 당수인 '강한 이집트당'은 지난달 새 헌법 초안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거부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 캠페인으로 당원 일부가 당국에 체포됐다.

이집트 국내외 인권단체는 이집트 군부가 지난해 7월 집권 1년차인 무르시 전 대통령을 축출하고 나서 야권과 언론을 대대적으로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차기 대선 당선이 확실시되는 엘시시 원수는 지난달 27일 군최고위원회(SCAF)로부터 대선 출마를 승인받았지만, 공식 출마 선언은 아직 하지 않았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