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가 '김정은 시대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과거 소련 최고소비에트 상임위원회가 수행했던 것과 거의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박사는 "북한 지도부가 엘리트와 주민 통제를 위해 ‘사탕’과 ‘채찍’을 활용하고 있다고 본다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훈장과 메달, 명예칭호의 제정 및 수여를 통해 바로 ‘사탕’을 주면서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 최근 조사에서 북한 주민들의 김정은 제1비서에 대한 지지도가 높게 나온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로 주민들의 충성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각종 훈장과 메달, 명예칭호의 제정 및 수여를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최고인민회의 휴회 중의 최고주권기관’으로서 정령을 통해 법령을 수정 또는 채택하고 있다.
정 박사는 "북한이 687명의 대의원으로 구성된 최고인민회의를 통해서가 아니라 약 10여명의 엘리트로 구성된 상임위원회에서 법령을 채택하는 것은 민주주의체제의 의회에서 이뤄지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토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갖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김정은 제1비서와 노동당이 결정한 노선과 정책을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북한의 외국인 투자 유치와 경제개방 관련 법령들의 대부분이 최고인민회의보다 이 기구에서 채택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고 적시했다.
한국의 외교장관이 총괄적으로 관장하는 외교활동을 북한은 여러 명의 파워 엘리트들이 나누어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북한은 체제생존에 가장 중요한 중국을 비롯한 사회주의체제들과의 외교 및 서구 좌파정당들을 대상으로 하는 외교는 김영일 당중앙위원회 국제 비서가 관장하고 있다.
북핵 및 대미 외교는 강석주 내각 부총리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박의춘 외무상은 김영일 비서, 강석주 부총리와 김계관 제1부상, 그리고 김영남 위원장이 담당하고 있는 외교활동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주로 담당한다.
정 박사는 특히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주로 이란, 싱가포르, 라오스, 몽골 등 제3세계 국가들과의 정상외교 및 비동맹운동에 대한 외교를 맡아 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자부심과 충성심을 이끌어내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의 김정은 제1비서가 김정일 사후 지난 2년 동안 군사와 경제 분야에서는 활발하게 공개활동을 진행했지만, 김 제1비서가 앞으로 정상외교에 본격적으로 나서기까지 외국 정상과의 외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담당하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