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없고 대금 깎이고...‘을도 못되는’ SI하청

공정위, 대기업 계열 SI사업자 불공정 하도급 적발..과징금 7억원

지난 2012년 1월 ‘KT ITO-규제회계시스템 운용’을 KTDS로부터 위탁받은 A사는 이상한 계약서를 받았다. 사업수행합의서라는 명목의 서면 계약서에는 계약기간만 적혀 있었다. 계약금액과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KTDS는 다른 수급사업자 23곳과도 비슷한 형식으로 계약을 맺었다.

그런가하면 롯데정보통신은 아예 구두로만 계약을 맺은 뒤에 용역이 완료되고 몇 달 뒤에야 서면 계약서를 발급해줬다. 모두 75개 수급사업자에게 98건의 서면계약서를 추후 교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세계 I&C가 발주한 사업을 경쟁입찰을 통해 낙찰 받은 B사는 최저가로 입찰해 낙찰을 받았지만, 하도급 대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사업금액을 더 낮춰야만 했다. SK C&C는 물량이나 과업내용이 변경되지 않았는데도 하청업체에 주는 하도급 대금을 깎은 사실이 적발됐다.

이같은 불공정 하도급 행위가 만연한 이유는 대기업 계열 SI업체들이 해당 계열사의 시스템통합(SI) 업무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 SI업체나 IT업체들은 대기업 계열 SI업체가 주는 일감에 의존하고 있어, 부당한 요구라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원재료 납품부터 부품, 반제품, 완성품으로 이어지는 건설이나 제조업 하도급과 달리 SI산업은 일련의 공정구조가 없다. 대부분 인적자원을 활용하는 일이어서 4,5,6차 하도급까지 가능하도록 돼 있다. 하도급 단계가 내려갈수록 거래조건은 불리해진다.

이에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주요 대기업 계열 SI업체들의 하도급 거래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였고, 모두 7개 업체를 적발해 시정명령 또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11일, SK C&C와 현대오토에버, 신세계 I&C, KTDS, 롯데정보통신 등 대기업 계열 SI업체 5곳에 시정명령과 함께 모두 6억9,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11일 밝혔다.

한화 S&C, 아시아나 IDT는 시정명령만 받았고, 포스텍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사실관계 확인을 거쳐 별도로 조치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조사결과 이들 대기업계열 SI업체들은 서면계약서 미발급이나 지연발급, 대금지연 지급, 부당감액 등 각종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를 관행적으로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를 통해 “원청업체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를 하는 것에 경종을 울렸다”며 “앞으로도 지식정보산업에서의 불공정 하도급 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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