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뒤 모태범은 "친구인 이승훈(26, 대한항공)과 방을 같이 쓰는데 서로 고생했다고 위로했다"면서 "친구가 3명인데 2명이 메달을 못 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둘에 이상화(25, 서울시청)까지 나란히 4년 전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이른바 '빙속 3인방'이다. 이승훈은 지난 8일 5000m에서 12위에 머물렀다.
모태범은 이상화가 3인방의 자존심을 세워줄 것으로 굳게 믿었다. 모태범은 "어제 상화도 만났는데 내일이 경기라 많이 티를 못 냈다"면서 "승훈이랑 '상화가 오늘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상화가 메달을 따면 아무래도 우리도 자극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구들의 믿음은 단단했고, '빙속 여제'의 왕좌는 더 공고했다. 이상화가 당당히 올림픽 2연패를 이뤄냈다. 실의에 찬 한국 선수단에도 첫 낭보를 안겼다.
지난 2010년 밴쿠버 대회 이후 올림픽 2연패다. 이상화는 2006년 토리노에서 5위로 올림픽에 데뷔한 뒤 밴쿠버에서 합계 76초09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 4년 뒤 소치에서도 세계 최강임을 입증했다.
이번 대회 한국의 첫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했다. 전날까지 한국은 이승훈과 모태범,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모두 노 메달에 그쳐 3회 연속 톱10에 노란 불이 들어온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승 후보 0순위답게 이상화가 단숨에 분위기를 바꿨다. 당당하게 금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선수단의 메달 사냥도 탄력을 받게 됐다.
특히 12일에는 모태범이 바통을 이어받아 1000m에 도전한다. 4년 전 은메달을 따낸 종목으로 이번에 메달 색깔을 금빛으로 바꾸겠다는 각오다. 모태범은 "500m에서 실패한 만큼 온 힘을 쏟아부어 1000m 레이스를 펼치겠다"면서 친구 이상화의 금메달에 화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