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서 아프리카 이주 노동자를 착취했다고 해 파문이 일었다. 이곳의 이사장인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사실관계를 떠나 국민 앞에 송구스럽다며 사과를 표명했다.
보도된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이 박물관에 고용된 아프리카 조각가, 무용수, 연주자들은 월 600달러~650달러, 70만 원이 못되는 월급을 받고 일했다.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저임금이다.
박물관 이사장인 홍문종 의원은 지역문화사업으로 박물관을 인수해 이사장으로서 지원만 하고 권한은 박물관장에 일임했다는 입장이다. 박물관 측은 계약대로 줄 만큼 주면서 성실히 대해왔고 노예 노동이라고 하는 건 너무하다 한다.
강제로 적금을 들게 한 사실도 드러났다. 적금을 묶어둔 채 노동자를 계속 붙잡아둘 위험이 있어 강제저축은 금지돼 있다.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정부로부터 지원금 4,700만 원도 받았다. 해설사·학예인력 지원 사업을 명목으로 해 받았다. 그렇다면 공연도 하고, 관람객에게 아프리카 문화를 설명하며 춤을 가르친 아프리카 예술인들에게 이 돈이 돌아갔어야 한다.
여당 사무총장이 이사장이라 그런지 박물관의 인지도나 위세는 높은 편이다.
KBS의 인기 프로그램 '1박2일'도 최근 겨울방학 특집 '경기도 북부 투어'를 이곳에서 촬영했다.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지난 10일 아프리카예술 박물관의 노동착취 파문을 "예술가 초빙해 놓고…노예 같은 대우"라는 제목으로 보도하긴 했는데 이사장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쥐가 파먹은 옷, 물새는 화장실, 화장실서 샌 물이 흘러든 방바닥, 농가 창고를 개조한 곰팡이 낀 방…' 모두 다 보여 줬지만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이 박물관 이사장 자리를 맡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힘 있는 사람에 대한 살뜰한 배려로 보인다.
지난 1월 중앙아프리카가 내전 등으로 흉흉했을 때 정부는 중앙아프리카에 머물고 있는 한국인들은 안전한 곳으로 철수하도록 권유했다.
그러나 우리 한인회는 피신은 접어두고 먼저 성금을 거둬 피난민 돕기에 나섰다. 50kg들이 쌀 140포대를 피난민들에게 나눠줬다. 현지의 외국인으로서 피난민들을 위해 성금을 거둬 식량을 기증한 건 우리 한국인이 처음이었다.
장관급 사절단이 사무실로 찾아와 고마워했고 감사전화가 답지했다. TV, 신문, 라디오 등 언론매체를 통해 감동의 한국인들이 널리 소개됐다. 먼 타국에서 이렇게 위험도 마다하지 않고 국위를 드높인다. 그런데 여기서들 이러면 안 된다. 정치 지도자가 대학 교수가 문화예술기관을 운영하면서 국격을 깎아 내린다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고대 아프리카로부터 전해지는 우분투 이념은 넬슨 만델라, 데스몬드 투투 주교의 정신적 바탕이 되었던 철학이다. 네가 있기에 우리가 있고 우리가 있어 내가 있다는 것이 이 철학의 요체이다. 나그네가 부락에 들어서면 청하지 않아도 먹을 것 마실 것을 내와 돌보는 것은 바로 이 철학에 바탕을 둔 것이다. "누군가의 목마름은 우리 모두의 목마름".
우분투의 핵심가치는 존중이다. 존중에서 신뢰가 나오고 신뢰에서 포용과 이해가 따른다. "차이가 차별이 되어선 안 되고 경계가 미움이 되어선 안 된다".
이 철학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홍 의원과 박물관 측은 국민에게 사과하기 이전에 아프리카 예술인들을 먼저 만나 사과했어야 마땅하다. 더 늦기 전에 그들 앞에 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