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농가, ‘올림픽 대박의 꿈’…AI, 성적부진에 눈물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3대 스포츠 축제 앞두고 병아리 입식 늘려

국내 닭고기 판매업체와 닭 사육농가들은 2014년을 ‘대박의 꿈’과 함께 시작했다.

2월 소치 동계올림픽과 6월 브라질 월드컵, 9월 인천 아시안게임 등 3대 스포츠 대회가 대박을 가져올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이다.

한국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서 밤이면 밤마다 이른바 치맥(치킨+맥주) 열풍이 불 것이고, 닭고기 수요는 그만큼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근거 있는 달콤한 꿈을 꾸었다.

하지만 1월16일 전국을 강타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목을 잡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나?

◈ 2014년, ‘3대 빅 스포츠의 해’...병아리 입식 늘렸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계육협회에 따르면 국내 닭고기 소비량은 하루 평균 170만 마리에서 200만 마리로 지난해 공급된 국내산 닭고기만 6억2천만 마리에 달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닭 사육 마리 수가 급증했다.

현재 국내에서 사육중인 닭은 모두 1억5천만 마리로, 닭 농가가 1년에 보통 4-5차례씩 출하하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닭 공급물량은 7억만 마리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보다 13%나 늘어난 규모이다.

이처럼 닭 사육이 늘어난 것은 하림과 마니커, 체리부로 등 국내 닭고기 전문판매업체들이 계열농장을 통해 병아리 입식을 지난해 보다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계육협회 관계자는 “올해 열리는 3대 스포츠 대회를 앞두고 국내 닭고기 판매업체들이 병아리 입식 물량을 지난해 보다 15%, 170만 마리 정도 늘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AI 발생, 올림픽 성적부진....닭고기 소비가 없다

국내 닭고기 전문판매업체와 닭 사육농가들이 꾸었던 대박의 꿈은 1월16일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앗아가 버렸다.

계육협회에 따르면 AI가 발생하고 소비자들의 닭고기 소비가 50% 이상 급감하면서 전문판매업체들의 재고물량이 390만 마리에서 580만 마리로 늘어났다.

이처럼 대형 판매업체들의 닭고기 재고물량이 쌓이면서 닭 사육농가들은 제때 출하를 못해 속을 태우고 있다.

닭고기 판매업체 관계자는 “닭고기 재고물량이 하루에만 수십만 마리씩 쌓이고 있다”며 “이런 상태로 10일 이상 계속된다면 줄도산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나마 기대했던 소치 동계올림픽의 성적마저 오르지 않으면서 치맥(치킨+맥주) 열풍도 불지 않고 있다.

농협 목우촌 관계자는 “과거 월드컵과 하계올림픽 기간에는 닭고기 소비량이 평소보다 30%에서 많게는 50% 이상 급증했는데 이번 소치올림픽은 아직 초반이라 그런지 몰라도 특별히 많이 팔린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동안 소위 잘 나갔던 국내 닭고기 전문 판매업체들이 동계올림픽과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스포츠 대회가 가져다 줄 대박의 꿈에 젖어, 닭고기 공급을 확대했지만 예상치도 못한 AI와 소치올림픽 성적부진이라는 이중 덫에 걸려 울상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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