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긴 왜 울어?" 축제형 졸업 문화 확산

100여개 학교 졸업식 문화 개선…일탈 행위 자취 감춰

12일 열린 청주중앙중 졸업식
졸업 시즌을 맞아 충북지역에서도 축제형 졸업식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한동안 사회적 문제가 됐던 과도한 뒤풀이 문화는 자연스럽게 자취를 감췄다.

12일 오전 27회 졸업식이 열린 청주시 사직대로의 청주중앙중학교.

강당 안 무대 스크린에는 졸업생들의 지난 3년의 추억을 담은 영상이 오르고 곧이어서는 2학년 후배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식순에 있던 학사보고는 생략된 채 졸업생들이 후배들에게 교복을 물려주는 행사가 이어졌다.

졸업식의 초점은 온전히 졸업생과 교사에게 맞춰졌다.

검은색 졸업가운을 입은 231명의 졸업생은 한 명씩 무대에 올라 교장에게 졸업장을 받았고 3학년 담임교사들이 건네는 장미꽃과 덕담에 악수와 포옹으로 답했다.


이때마다 무대 뒤 대형스크린에는 졸업생 한 명 한 명의 사진과 장래희망 등이 담긴 개인프로필이 비쳐졌다.

졸업식이 끝날 때까지 학교 구성원들이 감동의 눈시울을 붉힌 건 이때 뿐.

딱딱하고 지루한 축사나 상장 수여 등은 간소화한 대신 선.후배가 꾸미는 노래와 춤 등의 공연으로 채워진 졸업식장은 시종일관 웃음꽃이 떠나질 않았다.

졸업생인 조은별 양은 "평생에 기억에 남을 중학교의 추억을 한 가지 더 선물 받은 기분"이라며 "졸업식 준비를 하면서 3년 동안의 학교생활을 정리할 시간도 갖게 돼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이상융 군도 "무엇보다도 친구들과 선생님, 부모님이 함께 웃고 떠들 수 있는 졸업식이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이 학교는 사흘 동안 졸업생 축제 등으로 이번 졸업식을 준비하면서 사제 간 석별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

자연스럽게 교복 찢기나 밀가루 던지기 등 일탈 행동을 통한 비뚤어진 졸업식 추억 만들기에 대한 걱정도 덜었다.

한 교사는 "일탈 행위를 하지 말도록 강요하면 오히려 학생들이 스트레스만 받는다"며 "해마다 조금씩 보완한 학생들 스스로 만드는 졸업식으로 일탈 행동은 자연스럽게 없어졌다"고 강조했다.

오는 20일까지 졸업식을 갖는 도내 210개 중.고등학교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0여개 학교가 학교별로 차이는 있지만 축제형 졸업식을 준비했다.

스승 가마 태우기, 뮤지컬 공연, 책거리 행사, 각종 전시회 등 방식도 다양하다.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예년 같으면 정문에서부터 일탈 행위 감시를 벌였던 경찰도 모습을 감추면서 한동안 이어졌던 긴장감도 찾아 볼 수 없다.

도를 넘은 졸업식 뒤풀이에 대한 자성의 노력이 해를 거듭하면서 학교 구성원이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형 졸업식 문화도 빠르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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