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손'.. 출렁이는 새누리당

정갑윤 불출마, 남경필 차출론, 이주영 입각은 오비이락?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 남경필 의원, 이주영 의원. (왼쪽부터/자료사진)
여당 원내대표 경선구도가 하루아침에 뒤바뀌고 광역단체장 입후보예정자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정치행보를 바꾸는 등 새누리당 내부에서 언뜻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잇따르면서 권력핵심부가 여권 새판짜기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울산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분주히 표밭갈이에 나섰던 정갑윤 의원의 돌연한 불출마 선언은 납득하기 어렵다. 불과 10여일 전 시민들을 상대로 공식 출마회견을 갖고 "그동안 쌓아온 인맥과 경륜을 고향발전에 쏟아 붓고자 울산시장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었기 때문이다.

그런 정 의원은 지난 9일 의미심장한 불출마의 변을 밝혔다. "최근 정국에 대한 여권수뇌부의 고뇌를 지켜 보면서 중진으로서 책임과 위치를 다시 깨달았다"는 것이다. 여권수뇌부와 모종의 교감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일이 있은 뒤 남경필 의원에 대한 새누리당 지도부의 경기도지사 차출압박은 한층 거세졌다. 당 수뇌부가 잇따라 선당후사를 거론하고 나오자 이미 원내대표 출마의사를 굳혔던 남경필 의원조차 "정치에 반드시는 없다"는 말로 한걸음 물러설 정도였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일까 새누리당의 유력한 원내대표 양강 후보로 분류됐던 이주영 의원은 해양수산부 장관에 발탁됐다. 그는 "오늘(12일) 오전 정홍원 총리로부터 입각제안을 받았다"며 "업무공백을 최소화하도록 빨리 업무를 파악해야지..."라고 12일 수락의사를 밝혔다.


"원내대표 도전 의지가 강하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손사래를 치며 "아휴 이제 그 이야긴 그만 해야지..."라고 말했다. 그는 입각제안과 관련, "나도 놀랐는데 뭐"라는 반응을 보여 제안은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하루 아침에 가장 유력한 새누리당 원내대표 후보가 장관으로 정치행로를 바꿔간 것이다.

중진차출론과 관련해서는 대상 중진들이 남경필 의원, 정몽준 의원, 울산시장후보 공백을 메운 김기현 의원, 김황식 전 총리 등 하나같이 당 비주류 인사들이라는 점 때문에 친박계가 당 헤게모니를 계속 장악하고 가겠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왔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너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고 당사자들이나 당내외의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입을 굳게 다물어 보안이 철저히 유지되고 있다.

여권 소식에 정통한 A의원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정갑윤 의원이 원내대표를 낙점받았다고 (의원들에게) 말하고 다니는 것은 완전히 자가발전 만은 아닌 것 같다, 일부 대통령 주변의 실세들 중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2년차 국정을 안정적으로 끌어가기 위해 원내지도부 재구성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보면서도 정치적 역량보다는 친박계 중심으로 새판짜기가 이뤄지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B의원은 "남경필 의원이 원내대표 출마쪽으로 사실상 입장을 굳히자 의원들은 '남 의원이 되겠네'라는 반응을 보인 것도 새누리당이 엉망이 돼서 공멸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의 표현이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면서 새누리당 권력지형이 출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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