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홈스 탈출자 "우릴 굴복시킨 건 배고픔"

600일 동안 고립…잔디·고양이라도 먹어야 하는 실정

"콘크리트와 건물 틈에 자란 잔디라도 먹으려고 뽑으러 다닌다."

시리아 정부군에 포위된 반군 거점 지역 홈스의 열악한 생활환경이 홈스를 탈출한 민간인의 증언을 통해 알려졌다.

시리아 정부는 2012년 여름부터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반대하는 주요 도시 중 하나였던 홈스 지역을 포위하고 음식과 물, 의료용품의 반입을 금지시켰다. 이후 600일 동안 홈스 주민들은 고립된 상태에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

시리아 정부와 반군 측은 홈스의 민간인 이주와 구호품 전달을 위한 '인도주의적 휴전'에 합의했고, 휴전이 시작된 이달 7일부터 지금까지 1천400여명이 홈스를 빠져나왔다.

홈스를 탈출한 아부 자랄 틸라위(64)는 "그들이(정부가) 우리에게 미사일 공격을 쏟아부어도 우리는 꿈쩍하지 않았다"며 "우리를 굴복시킨 것은 배고픔이었다"고 말했다.


틸라위는 지난 몇 주 동안 먹은 것은 끓인 물에 향신료와 오일, 시럽 등을 넣은 '묽은 수프'였다고 했다. 돈이 좀 생기면 여기에 빻은 밀을 넣기도 했다.

정말 가난한 사람들은 콘크리트와 건물 틈에 자란 잔디라도 먹으려고 뽑으러 다녔다고 틸라위는 전했다.

그는 "거리에서는 아이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흔들며 '아저씨, 배고파요. 먹을 것 좀 주세요'라고 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홈스 주민 일부는 다른 지역에서 식품을 몰래 들여오는 식으로 버텼고, 일부 상인은 정부군에 뇌물을 줘서 식품을 들여온 뒤 이를 비싼 가격에 판 것으로 전해졌다. 배고픔에 시달리는 가난한 사람들은 상점과 가정집을 털기도 했다.

틸라위는 홈스를 떠나기로 결심했지만, 성인인 아들은 홈스에 남겨둬야 했다.

정부가 전투병력이 될 수 있는 15~55세의 남성은 홈스를 나가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매튜 홀링워스 시리아 지부장은 홈스를 탈출한 주민들 상당수가 쇠약해지고 비쩍 마른 모습이었다면서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고양이를 잡은 남성 주민도 있었다고 전했다.

시리아에서 홈스를 포함해 40개 이상 지역이 정부군 또는 반군에 포위돼 25만명이 넘는 시민이 고통을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홈스는 시리아에서 3번째로 큰 도시로, 가장 오랜 기간 정부에 포위됐다.

틸라위가 현재 대피한 알와르 지역 역시 정부가 4개월째 포위하고 있다.

틸라위는 "우리는 포위 지역을 떠나 또다른 포위지역으로 왔다"면서 "이곳은 (포위) 시작 단계이고 식량이 있다. 3~4개월 후면 식량은 떨어질 것이고 우리는 다시 굶주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로드 아로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는 "우리는 1994년 르완다의 집단 학살 이후 최대의 인도주의적 비극에 직면해 있다"며 "굶주림이 (시리아) 정권의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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