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돌풍을 일으킨 영화 '변호인'의 실제 모델, 부림사건 당사자들에게 씌워졌던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재판부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부산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한영표)는 13일 오전 부림사건에 대해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한 고호석(58) 등 5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경찰조사에서 가혹행위를 당했고, 검찰조사에서는 강압, 가혹행위를 당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술했지만, 불법 구금기간이 상당히 오래됐고 상당한 시간이 지난 이후 진술이 이뤄진 점으로 미뤄 자유로운 정신상태에서 진술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같이 역사 공부를 하고 사회에 비판적인 토론을 진행한 것은 국가의 권리와 안정 등 실질적인 해악을 줄 명백한 위협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갖고 있던 이른바 '불온서적'도 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상태에서 압수수색을 당했으며, 이적성 여부도 다시 판단해야 해 증거로 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고씨 등은 지난 2009년 재심, 면소 등을 통해 계엄법과 집시법 위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아냈지만, 국가보안법 위반죄까지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33년 만에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
판결이 끝나자 법원 방청석에는 박수가 터져 나왔고, 고씨 등은 서로와 악수를 하며 기쁨을 나눴다.
고씨는 "재판부가 현명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줬고, 이는 33년 전 우리를 변호해준 고 노무현 변호사의 헌신적인 노력 때문"이라며 "앞으로 국가기관에 의해 이뤄지는 개인의 인권 유린에 국가보안법이 악용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최준영씨는 "검찰조사에서 혐의에 대해 모두 그런 사실이 없었다고 강조했지만, 조사가 일방적으로 진행됐다. 결국 검찰은 유죄를 주장했다"며 "민주화가 많이 진행됐지만, 이런 검찰의 행태를 보면 서글픔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부림사건은 1981년 9월 부산지역에서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이 영장 없이 체포돼 고문받고 기소된 사건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권 변호사 길로 접어든 첫 사건이다.